[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춘곤증을 이기려면

입력 2019-05-19 17:11
장동민 <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 >


한 제약회사 TV 광고에 나오는 “봄이라 졸린 게 아니라 피곤한 거예요”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 문구는 춘곤증(春困症)을 언급한 것인데, 말 그대로 유독 봄에 더 피곤함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게 단순히 봄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몸이 피곤한 때문이니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 뜻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 봄이 되면 온몸이 나른해지면서 기운이 빠지고 자꾸 잠이 쏟아지거나 피곤한 경우가 많다.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면서 여름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춘곤증 화제는 여전하다. 특히 의욕이 떨어져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고 식욕이 사라져 특별히 먹고 싶은 것도 없어 잘 안 먹게 된다. 이로 인해 기운이 더 떨어진다고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유독 봄이 되면 피곤함을 더 느끼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른바 ‘양기(陽氣)’가 부족한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봄은 모든 기운이 위로 솟아오르는 계절이다. 양지 바른 곳의 새싹도 돋아나며 여기저기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그런데 겨우내 비축해 둔 양기가 부족하면 상대적으로 자신의 기운만 아래로 처지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에 비해 몸속에 상승하는 기운이 부족해진 사람에게 춘곤증이 생긴다. 이럴 때는 모자란 양기를 보충해서 끌어올리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따뜻한 햇볕을 많이 받으며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동의보감》에서 “봄철에는 늦게 자며 일찍 일어나고 몸을 느슨하게 하고 산책을 많이 하라”고 말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양기를 많이 받은 제철 봄나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춘곤증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도 춘곤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전날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면 다음날 피곤하고 졸린 것은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한여름 더위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의외로 봄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꿈을 많이 꾸거나 잠꼬대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수면 부족을 불러온다. 실제 “밤새 꿈을 꾸느라 한잠도 자지 못한 것 같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당연히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졸려서 낮잠을 자다 보니 정작 밤에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럴 때는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 등을 통해 기혈순환을 촉진하거나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해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