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일부 카드사들이 대환대출 문을 활짝 열고 나섰다. 연체율을 낮추기 위한 묘수(妙手)이나 자칫 연체고객은 물론 카드사의 건전성을 해치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어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지난 3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대환대출 신청을 받고 있다. 기존에는 영업점을 방문해야만 대출 신청이 가능했다.
우리카드는 올해 3월부터 대환대출 가입 채널을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넓혔다.
대환대출은 연체고객의 채무상환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추가 대출해주는 신용회복 프로그램이다. 카드사가 신용카드 대금 연체자를 위해 밀린 연체금을 분할상환해주는 방식이다.
카드사는 이를 통해 부실채권 줄이고, 연체율을 낮출 수 있다. 연체고객은 과도한 연체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카드사들은 대환대출 이용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비대면 채널을 도입했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연체율 관리를 위해 대환대출을 장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말 국내 7개사의 연체율을 살펴보면 비대면으로 대환대출 가입 채널을 넓힌 하나카드(2.55%)와 우리카드(2.06%)가 연체율이 가장 높았다.
KB국민(1.63%), 신한(1.60%), 롯데(1.53%), 삼성(1.49%), 현대(1.10%)카드 등은 연체율이 2%를 넘지 않았다. 현재 KB국민·신한·롯데·삼성카드는 비대면 대환대출이 불가능하다. 현대카드는 대환대출 상품을 운영하지 않는다.
카드사 연체율 상승은 카드론, 현금서비스를 갚지 못하는 고객이 그만큼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드사 연체율이 서민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금융당국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국은 취약계층의 이용이 많은 카드사 대출 특성상 향후 경기상황, 금리동향 등에 대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환대출이 연체고객에게 무조건 득이 되는 것도 아니다. 대환대출 신청 과정에서 신용불량이 드러나 향후 신용거래에 제약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대환대출을 대면으로 고집하는 이유는 대출 절차가 까다롭고 내용이 복잡하기 때문"이라며 "연체고객에 대환대출을 쉽게 해줬다가 오히려 카드사와 연체고객 모두의 건전성이 악화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환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