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용 결핵 백신을 수입해 공급하는 제약회사가 고가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해 값싼 국가 무료 필수백신 공급을 중단했다가 1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물게 됐다. 제약사 대표는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결핵을 예방하는 BCG(Bacille Calmette-Guerin) 백신을 수입·공급하는 한국백신이 무료 백신 공급을 중단해 부당하게 독점적 이득을 획득한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9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이 회사 대표이사 최모 씨 등 임원 2명은 검찰에 고발했다.
BCG 백신에는 피내용(주사형)과 경피용(도장형) 두 종류가 있다. 1인당 백신 가격이 주사형은 2358~4187원, 도장형은 4만3000원으로 도장형이 10~18배 비싸다. 주사형은 일명 ‘불주사 자국’이라 불리는 흉터가 남지만 도장형은 남지 않는다. 주사형은 전액 국가 부담이어서 무료다. 도장형은 진료비 2만7000원을 합해 7만원 정도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도장형을 주로 수입하던 한국백신은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으로 2016년부터 주사형도 수입했다. 하지만 그해 9월 도장형 백신에서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뒤 주력상품인 도장형 판매량이 급감하자 2017년 일본에서 수입하기로 했던 주사형 2만 세트 주문을 취소했다. 한국백신은 이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와 어떤 협의도 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주사형 백신 공급이 중단되자 어쩔 수 없이 고가의 도장형 백신에도 무료 접종 혜택을 줬다. 도장형에 대한 정부 지원은 2017년 10월부터 작년 6월까지 이어졌고 이를 위해 140억원의 추가 예산이 투입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부당한 출고 조절행위에 대한 제재 조치는 1998년 신동방의 대두유 출고 조절 사건 이후 약 20년 만에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