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라진 '한국 車관세 면제' 보도…현대·기아차 주가 5~7% 급락

입력 2019-05-16 16:43
수정 2019-05-16 17:36






'미국이 수입 자동차 관세 표적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블룸버그통신의 기사 내용이 첫 보도(한국시간 6시33분) 이후 8시간 만에 사라졌다. 이를 전후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5~7%가량 출렁거렸다.

16일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행정명령안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과 지난해 자유무역협정(KORUS FTA) 재협상을 완료했기 때문에 한국은 향후 어떤 형태의 차 관세도 면제받게 될 것이라고 적시(Korean automakers including Kia Motors Corp. advanced on news the proclamation will exempt South Korea from any future tariffs because it renegotiated the U.S.-Korea Free Trade Agreement, or KORUS, last year)하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이러한 대목을 "'미국과 한국 간 체결된 지난해 한미FTA 재협상결과로 인해 미국이 한국을 향후 관세대상에서 제외시킬 것'이라는 뉴스가 나오면서 기아차 등 한국 자동차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했다(Korean automakers including Kia Motors Corp. advanced on news the proclamation will exempt South Korea from any future tariffs because it renegotiated the U.S.-Korea Free Trade Agreement, or KORUS, last year)"라고 고쳤다.

제목도 "캐나다,멕시코, 한국이 관세대상에서 빠졌다"라고 썼다가 "한국 차 업계 주가가 관세면제 뉴스에 상승했다"라고 바꿨다.

당초 행정명령이 한국을 차 관세 대상에서 예외로 할 것이라는 보도 내용을 지우고, 그런 소식때문에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내용으로 대체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는 이에 대해 "사전에 입수한 자료를 가지고 쓴 블룸버그의 '위험한 보도'였던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블룸버그의 기사 수정과 관계 없이 정부 발표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당초 미국이 한국을 수입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자체 입수한 행정명령안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유럽연합과 일본 등에 대해서도 차 관세 부과 결정시기를 180일 연기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수입 자동차와 부품이 국가안보를 해친다면서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경고해왔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자동차, 부품 수입의 국가안보 위협성을 조사한 보고서를 올해 2월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 검토 기간이 종료되는 오는 18일까지 차 수출국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와 부과 방식에 대해 결정할 계획이었다.

블룸버그는 '한국 車관세 면제' 보도 내용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국내 차 업계 관계자는 "백악관에서 보도내용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의견을 밝혔을 수도 있고, 언론사가 보도내용이 부정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자체적으로 수정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주(株)는 이날 블룸버그의 보도로 인해 장중 내내 출렁거렸다. 현대차는 5% 이상 급등했다가 하락 반전했고, 기아차의 경우 7%가량 상승폭을 장막판 모두 반납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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