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더위에 유통업계가 바빠졌다. 여름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른 5월임에도 불구하고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이틀 연속 폭염(暴炎) 특보가 내려지는 등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널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는 여름가전인 선풍기를 계획보다 앞당겨 지난 13일 출시했다.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30도를 넘어가는 무더위가 평년보다 빨리 찾아 올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은 올 들어 처음으로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보됐다. 광주는 전날에 이어 오늘도 33도를 기록해 폭염특보가 발표될 전망이다.
이커머스 업체인 11번가도 올해 폭염을 일찍부터 대비해 에어컨 판매 행사를 지난 13일 시작했다. 이미 급증하기 시작한 에어컨 구매 수요에 맞춰 평년 대비 앞당겨 행사를 시작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전자랜드에선 5월 초 에어컨 매출이 벌써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이른 더위에 미리 대비하고 성수기의 긴 에어컨 설치 대기시간을 피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패션업계도 여름손님 잡기에 벌써부터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는 지난해 출시했던 '아이스 롱 티셔츠'를 최근 업그레이드해 다시 내놨다. 이 제품은 일정 온도 이상이 되면 티셔츠 안쪽에 프린트된 '버추얼 아이스 큐브'가 사라지며, 땀과 수분에 반응해 냉감 효과를 제공하면서 인기를 얻은 의류다.
특히 기능성 냉감 소재인 '아이스티(ICE-T)'와 자외선 차단 기능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착용 초기에만 시원함을 전하는 기존 냉감 소재와 달리 착용하는 내내 시원함을 제공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마운티아는 여름 상품군 할인 행사를 이미 지난 12일 진행했다. 더위가 빨리 찾아오면서 여름 의류 수요를 미리 공략하기 위해서다. 마운티아도 최근 냉감 기능성 소재인 '쿨맥스' 원단을 적용한 데님 팬츠를 새롭게 선보이며 냉감 제품군을 확대했다.
밀레도 다양한 냉감 기술력을 한층 강화시킨 기능성 웨어 '콜드엣지' 시리즈를 최근 선보였다. 냉감 소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면서 흡습 속건 기능이 탁월한 냉감 기능성 원단 '콜드엣지 프리미엄', 자일리톨을 가공한 원단 '콜드엣지 에코', 냉감 원사를 혼합한 원단 '콜드엣지 베이직' 등으로 제품을 세분화시켰다.
백화점과 쇼핑몰도 더위를 피하려는 소비자를 위해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행사를 시작한다.
스타필드 하남과 코엑스몰에선 오는 18일부터 다음 달 2일가지 유명 피규어 브랜드인 '플레이모빌'과 협업해 피규어 전시와 테마 체험존을 운영한다. 스타필드 고양과 위례점에서도 오는 18일 각각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소방안전체험 이벤트와 레고 팝업스토어를 마련했다.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은 이달 들어 보름 사이 에어컨 매출이 지난해보다 91%나 증가했다. 냉감 소재로 만든 여름 기능성 아웃도어 매출도 23.4% 증가했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은 매장마다 오는 31일까지 여름 프로모션을 연다.
때이른 더위에 일찌감치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오는 6~7월 국내 숙박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와 51% 증가했다.
통상 국내 숙박은 당월에 임박해 예약하는 비중이 60%에 달하는데, 아직 6~7월까지 시일이 많이 남았음에도 전년 동기 대비 예약이 증가한 것이다. 6~7월에 접어들어 예약하는 수요까지 감안하면 호캉스 수요는 더욱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한창 봄인 5월부터 초여름 날씨가 시작되며, 올 여름 더위가 다소 일찍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6월부터 호캉스 예약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