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며느리 없으면 제사 못 지내나요

입력 2019-05-16 09:12


교대근무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며느리 A씨의 시댁은 일 년에 수 차례 제사를 지냈다.

A씨에게 제사는 TV에서만 볼 수 있는 낯선 행사였지만 교대근무를 하면서도 근무 일정을 바꿔가면서까지 열심히 참석하고 제사 준비도 도와왔다.

하지만 최근 제사 앞두고 감기가 심해 병원에 갔다가 독감 판정을 받은 A씨.

5일간 격리해야 한다고해서 출근도 하지 못하고 남편을 통해 제사 불참을 통보했다.

시부모님은 이 같은 전화에 "며느리가 몸 관리도 안하고 뭐한거냐" "며느리 없이 어떻게 조상께 제사를 드리느냐"며 노발대발했다.

옆에서 이같은 소리를 듣던 A씨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고 이를 본 남편 또한 안절부절했다고 한다.

A씨는 "이러려고 결혼했나" 싶은 서운함에 시부모님께 연락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네티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네티즌들은 "며느리 없으면 제사 못 지내더라. 제사 미친듯이 지내던 집안도 며느리들 줄줄이 이혼하니까 제사 없어졌다는 글이 생각난다", "며느리 없으면 안 차리는 제사는 그저 남의 딸 데려다 고생시키는 악습이다", "시가 제사에 아들이 안가면 아무 말도 안하는데 며느리가 안가면 불같이 화내더라", "내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몸 관리 안했다는 역정은 황당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명절 부담'에 관해 20~30대 4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명절에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이 83%에 달했다.

이혼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양가의 제사나 종교 문제로 부부간에 다툼이 생기고 양가 집안 싸움까지 크게 번져 이혼까지 가는 경우가 있다"면서 "단순히 제사에 불참하는 것이 잘못이 되는 것은 아니고 이혼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제사 참석을 강요하고 인격을 무시하고 폭언까지 하는 경우 이혼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 사연에서 며느리가 고의로 불참한 것도 아니고 독감 때문에 부득이하게 불참한 것이므로 며느리는 큰 잘못이 없고 시부모 측에 잘못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부갈등이 심한경우 남편의 역할이 중요한데 중재를 잘 하지 못해 갈등이 커졌다면 남편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제사도 중요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과 행복한 혼인 생활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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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