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집단소송에 '가상화폐 자본시장법 적용' 논란
명확한 법적 규정 없지만 정부 해석은 달라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이뤄질 전망
자체 가상화폐(암호화폐)를 출시한 암호화폐 거래소 캐셔레스트와 이용자 간 분쟁이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 논란으로 번졌다. 법원 판결에 따라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한 여타 거래소들도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캐셔레스트 이용자 36명은 최근 거래소 운영사 주요 임원진을 사기, 업무상 배임, 업무상 횡령,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이용자들은 캐셔레스트가 주요 의사 결정권과 배당권을 가진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금융위원회 허가를 받지 않아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상품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려면 금융위원회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캐셔레스트는 이용자들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거래소 측은 "거래소는 금융기관이 아니므로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지 않으며 암호화폐도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상품을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 등의 증권과 △선물 △옵션 △스왑 등 파생상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암호화폐가 해당 9가지 분류에 포함되어야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이 분류에 딱 들어맞지 않는다.
이에 암호화폐를 금융투자상품으로 명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국회 계류 중이다. 캐셔레스트가 암호화폐는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한 이유다.
관계 당국 시각은 다르다. 암호화폐에 기존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 암호화폐 펀드인 크립토 펀드를 선보였다가 폐업한 거래소 지닉스, 암호화폐 크라우드 펀딩을 취소한 코인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암호화폐 공개(ICO) 금지 방침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암호화폐를 세분해 증권형 암호화폐의 경우 채무증권, 지분증권 같은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형 암호화폐란 업체에 일정한 권리와 배당을 부여하거나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발행되는 암호화폐를 가리킨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형 암호화폐는) 주주와 유사한 지위를 갖고 의사결정에 참여 가능하며 기업가치 상승에 따라 가상통화(암호화폐) 가치도 상승하는 것"이라며 "업체에 대한 지분 등의 권리가 없고 플랫폼에서 교환 매개로만 활용되는 유틸리티 가상통화는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가 금융투자상품의 '장래 수익에 대한 청구권'이 없어 금융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었지만, 암호화폐 종류와 성격이 다양해지면서 금융위 판단도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암호화폐의 자본시장법 적용 여부와 불법·위법 소지 등에 대한 결론은 법정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법원 판결에 따라 자체 암호화폐 발행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둘러싼 분쟁이 확산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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