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혜 생활경제부 기자) 평생 늙지 않는 건 진시황도 꿈꿨던 인류의 지상 과제입니다. 절대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이 과제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회사들이 있죠. 바로 화장품 제조사입니다. 여성들의 최대의 고민인 ‘피부노화’를 막는 연구 얘깁니다.
한국 화장품 회사 하면 떠오르는 아모레퍼시픽. 이 회사는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후폭풍으로 몇 년째 매출 타격을 받고 있지만, 그 와중에 포기하지 않는 게 있습니다. 바로 자사의 기술연구원을 통한 연구 개발입니다.
창업주인 고(故) 서성환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은 서경배 현 회장은 아버지가 꿈꾸던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전하는 뷰티기업’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남다른 기술력과 좋은 품질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것이죠. 그래서 단기 매출에 급급하지 않고 먼 미래를 위한 기술연구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이번에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피부연구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건 그런 측면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1937년 설립된 세계피부연구학회(Society for Investigative Dermatology)는 피부연구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학회라고 합니다. 이 학회의 연례 학술대회에서 한국 화장품업체가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발표 내용의 핵심은 ‘스트레스로 인한 피부장벽 기능장애를 콩에서 찾은 쿠메스트롤이라는 물질이 억제할 수 있다’는 겁니다. 피부 노화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스트레스는 노화뿐 아니라 건조, 색소침착 등에도 직결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런 현상을 ‘피부장벽 기능장애’(skin barrier dysfunction)라고 한다네요.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이 10여년 동안 개발한 이 기술연구의 핵심은 콩에서 찾은 쿠메스트롤이 일반 호르몬을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바뀌는 것을 억제한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피부장벽 기능장애를 낮출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한 것이죠.
이번 연구는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질연구소,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이 함께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아모레퍼시픽은 안티에이징 화장품을 개발,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고요.
이뿐만 아니라 아이오페가 피부미래연구를 위한 ‘아이오페 스킨위크’를 오는 19일까지 운영하는 등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피부 기술 연구에 매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 행사는 2017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피부 상태를 확인한 뒤 미래엔 어떻게 변하는지를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약 4800여명의 피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피부 환경과 고민을 분석, 연구하는 아이오페 연구원들의 활동을 알리는 마케팅 활동의 일환이기도 하죠.
영원히 살아갈 수는 없더라도 피부 노화를 최대한 막으려는 인간의 노력은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까요? 사드 타격으로 고전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기술 연구를 토대로 미래엔 더 큰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끝) /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