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장기엔 케라스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첼로 매력 보여주겠다"

입력 2019-05-14 17:26
24일 내한 공연하는 프랑스 첼리스트 장기엔 케라스


[ 윤정현 기자 ] “첼로의 매력은 변신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여러 다른 시대와 세계를 오가면서도 항상 근사한 소리를 내죠.”

프랑스 첼리스트 장기엔 케라스(52·사진)는 ‘변신’에 능한 연주자다. 바로크 음악부터 21세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내한 공연 무대에서도 그랬다. 2007년 출시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음반으로 황금 디아파종상과 르 몽드 드 라뮈지크상을 받은 케라스는 2010년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와의 듀오로 처음 한국 관객과 만났다. 2013년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2017년엔 바이올리니스트 이자벨 파우스트와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멜니코프의 트리오 연주 등 다양한 음악을 국내 팬들에게 들려줬다. 케라스는 14일 서면 인터뷰에서 “내한 공연을 할 때마다 한국 관객들은 연주만 좋다면 어떤 종류의 레퍼토리에든 열려 있다는 점에 놀랐다”고 했다.

오는 24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공연에선 독일 실내악단 ‘앙상블 레조난츠’와 함께 무대에 선다. 1994년 창단한 앙상블 레조난츠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클래식뿐 아니라 록 뮤지션, DJ와도 협업하며 젊은 관객을 끌어들였다. 독일 함부르크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엘브 필하모니 체임버홀의 상주단체다. 상임 지휘자나 예술감독을 별도로 두지 않는 앙상블 레조난츠에 대해 케라스는 “수평적인 운영 방식으로 연주자 모두가 예술적 결정에 관여한다”며 “그것은 ‘혼돈’이 아니라 음악의 ‘생기’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과의 연주는 오케스트라 음악이 아니라 확장된 실내악에 더 가깝다”며 “모든 연주자가 음악에 빠져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열정적인 연주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에선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차남인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C.P.E 바흐)의 첼로 협주곡과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을 협연하고, 현대음악인 베른트 알로이스 침머만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도 들려준다. 케라스와 앙상블 레조난츠가 지난해 함께 발매한 음반 ‘C.P.E 바흐: 첼로 협주곡, 교향곡’은 황금디아파종상에서 ‘올해의 베스트 협주곡 음반’으로 꼽혔다. 케라스는 “C.P.E. 바흐와 하이든의 협주곡은 18세기 첼로를 독주 악기로 보는 두 가지 관점을 보여준다”며 “20세기 침머만의 곡은 이 협주곡들과 흥미로운 대조를 이룰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도전은 이어진다. 트라케(Thrace)라는 월드뮤직 그룹과 함께 ‘beyond Thrace’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짜고 알렉상드르 타로와 호흡을 맞추는 음반 녹음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한국 예술가들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진은숙은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 명입니다. 영화 쪽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강렬한 세계에 매료됐어요. 언젠가 그와 함께 작업해 보고 싶습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