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비데만? 화분 에어팟 샤넬백까지…렌털족, 새 소비층으로 뜬다

입력 2019-05-14 14:31

이나라(37·마포) 씨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한 렌털 전문업체로부터 월 7만8000원을 지불하면서 화분 5개를 빌렸다. 이씨는 "실내 인테리어에 잘 어울리고 공기정화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화분을 들여놓고 싶었는데 관리에 자신이 없어 망설였다"며 "렌털업체에서 빌리니 정기적으로 화분 관리까지 해주는 데다 나중에 반납도 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 생활가전에 한정돼 있던 개인 렌털시장이 패션, 생활용품, IT용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젊은 세대의 구매력이 감소한 데다 신제품 등장 주기가 짧아지고 있어 렌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향후 먹는 것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이 렌털 형태로 바뀔 것이란 예상도 나오는 등 계속 가파르게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의 라이프스타일 렌털 플랫폼 '묘미'에서 올 1분기 명품을 빌린 주문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4배 증가했다. 이곳에서는 샤넬의 대표적인 핸드백인 '뉴 미니 플랩 백'을 일주일에 12만5300원에 빌릴 수 있다. 하루에 1만8000원가량인 셈이다. 종류도 샤넬 외에 루이비통, 구찌, 디올, 셀린느 등 다양하다.

회사원 정윤희 씨(29)는 "몇 백만원짜리 명품가방을 목돈을 들이지 않고 누릴 수 있다는 게 렌털의 장점"이라며 "구매를 한다고 해서 매일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닌 데다, 렌털의 경우 여러가지 브랜드를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빌릴 수 있는 생활용품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침대 매트리스, 원피스, 조명, 드라이기, 미술품부터 최근에는 에어팟(애플 무선이어폰), 반려동물, 화분, 금붕어를 넣은 수족관까지 렌털이 가능하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대부분이 젊은층이거나 혼자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잦은 이사 때문에 큰 값의 물건을 구매해서 집에 들여놓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 렌털시장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기업들도 다양한 품목으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교원그룹의 렌털전문업체 교원웰스는 최근 LED 마스크를 월 2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LED 파장을 이용해 얼굴의 피부 탄력을 개선해준다는 입소문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제품이지만 시중가격이 100만원 이상을 호가한 탓에 그동안 접근성이 제한됐었다.

롯데렌탈은 지난해부터 반려동물용품을 빌려주고 있다. 또 고가의 음향기기, 골프용품, 전동킥보드, DSLR 카메라도 월 이용액만 결제하면 빌릴 수 있다. SK매직은 의류건조기, 전기레인지부터 월 1만원대의 가스레인지 렌털 서비스도 하고 있다.

현대렌탈케어는 개인 렌털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전날부터 월 3만원대의 프리미엄 정수기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렌탈케어는 정수기 외에도 매트리스, 의류건조기, 세탁기 등을 월 3만~5만원대로 빌려주고 있다. 현대렌탈케어 관계자는 "향후 월 렌털료 3만~4만원대 중고가 렌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19조5000억원이었던 국내 렌털시장 규모는 지난해 31조9000억원을 거쳐 내년에는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