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취업 때문에"…청년층의 수도권 집중 가속화하는 日

입력 2019-05-14 10:17
수정 2019-05-14 10:28
일본 젊은 층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풍부한 수도권으로 지방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것입니다. 일손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지방 인재들로 눈을 돌리고 있는 만큼 수도권으로 젊은 층의 유입은 당분간 더 심화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 등 수도권 지역의 20~24세 인구는 7만5000명 증가했습니다. 전입초과 규모가 4년 만에 20%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도쿄와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지바현 등으로 신규 유입된 인구(13만5000명)의 절반 이상을 20~24세가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수도권으로 젊은 층이 증가한 이유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경기회복 등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쉬워지면서 지방 젊은이들이 고용 조건이 좋은 수도권에서 취업하길 원하는 점을 꼽았습니다.

20~24세 수도권 인구 유입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이바라키현 출신이 도쿄에 가장 많이 유입됐습니다. 쓰쿠바대 등 이바라키현 내 주요 대학 출신들이 도쿄 등에서 직장을 구한 경우가 많다는 분석입니다. 이바라키현은 각종 연구 시설이 몰려있는 과학교육의 중심지이긴 하지만 현내에 관련 일자리가 적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후쿠오카현, 홋카이도 등 기반 산업시설이 적은 지방 인재들의 수도권 유입 비율이 높았습니다. 니가타현, 시즈오카현 등 수도권과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지역에서 온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주목되는 것은 지방 대도시의 대표 격인 오사카부가 수도권 인구 유입 순위 4위를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오사카부에서 1만1599명(전체 연령대로는 1위)이 수도권으로 이주해, 전체 수도권 유입 인구의 10%가량을 차지했는데 이중 3904명이 20~24세 청년들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오사카 지역 업체 외에는 지역 청년들이 눈을 돌리지 않는 등 지역에 대한 ‘충성심’이 강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젊은이들의 의식도 바뀌었다는 설명입니다.


일본 취업정보 회사 마이나비 조사에 따르면 올해 대졸자 중 대학이 소재한 현지 취업을 희망한 비율은 50.8%로 2012년(63.3%)에 비해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만큼 구직자들의 수도권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지적입니다.

수도권 기업들이 인재확보를 위해 지방으로 눈을 돌리는 점도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회사 무사시코퍼레이션은 지방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에 화상회의 시스템을 설치해 면접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회사는 무료 화상통화 서비스를 이용해 홋카이도와 규슈 지역 인재들을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소득과 좋은 대우를 찾아 수도권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을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며 “도쿄권으로의 젊은 층 유입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라고 봤습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선 수도권 집중 현상이 날로 심해지는 모습입니다. 인구구조 측면에서 일본이 간 길을 따라가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일본 사회의 수도권 집중 현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