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4월 수출입물가지수…D램 가격 9.9% 하락
지난달 주력 수출 품목인 D램 반도체의 수출 가격이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D램 수출 물가는 올해 들어서만 30% 넘게 추락했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전체 수출 물가는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19년 4월 수출입물가지수(원화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D램 수출물가지수(2010년 100 기준)는 27.19로 한 달 전보다 9.9% 하락했다. 지수가 30을 하회한 것은 2016년 11월(29.42) 이후 처음이다.
D램 수출 물가는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해당 기간 37.6% 떨어졌고, 올해 들어서만 32.2% 내렸다.
또 다른 수출 주력 제품인 플래시메모리는 지난달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2017년 11월부터 하릴없이 수출 가격이 떨어진 후 숨고르기에 나선 상태다. 4월 플래시메모리 수출물가지수는 22.83으로 전월(22.84)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플래시메모리 수출 물가는 11.5% 떨어졌다.
이에 4월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 및 전자기기 수출 물가는 전월보다 0.7% 하락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요 감소와 재고 급증 부담이 반도체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반도체가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만큼 이 같은 가격 하락은 올해 전체 수출에도 타격으로 이어졌다.
5월 반도체 수출 전망도 어둡다. 관세청에 따르면 5월 1~10일 수출(속보치)에서 나타난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8% 감소했다. 조업일수가 6.5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일 늘었음에도 관련 수출액은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보복조치로 미·중 무역전쟁이 한층 격화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부담 요인도 가중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올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7.4% 감소한 4462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암흑기'로 꼽힌 2009년(-11.0%)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이에 올해 한국 수출 전망에 먹구름이 한층 짙어졌다.
다만 강달러와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4월 전체 수출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5% 상승한 83.48을 기록했다. 올해 2월(0.2%)과 3월(0.5%%)에 이어 세 달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원·달러 평균 환율이 0.9% 올랐고, 두바이 유가는 지난 3월 배럴당 66.94달러에서 지난달 70.94달러로 6.0% 뛰었다. 공산품 중 석탄 및 석유제품 가격과 화학제품 가격이 각각 4.6%, 1.0% 상승했다.
수입물가 역시 강달러와 국제 유가 상승이 반영되며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92.08로 1.5% 올랐다. 네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수출물가는 0.4% 하락해 5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수입물가는 4.8% 올라 1년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환율 영향을 제거한 계약통화 기준 4월 수출물가는 전월보다 0.4% 내렸고, 수입물가는 0.7%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수출 물가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 및 전자기기가 하락했지만 석탄 및 석유제품, 화학제품 등이 올라 상승했다"며 "수입물가의 경우 석탄 및 석유제품과 자본재 및 소비재가 각각 4.0%, 0.4%, 0.6% 올랐다"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