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진격' 역동적인 부산…퀀텀점프 노린다

입력 2019-05-13 16:31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는 부산


[ 김태현 기자 ]
부산이 물류와 관광을 엮어 새로운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는 데 올인하고 있다. 부산이 보유한 산과 강, 바다를 활용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관련 분야를 먹거리산업으로 키우면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인근 지역과의 상생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부산과 울산, 경남이 한뿌리에서 나왔다는 역사적 의식을 가지고 먼저 대형사업도 양보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부산시와 상공계는 육해공을 기반으로 한 공항과 항만산업, 육지에서는 관광산업을 도약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불황을 이겨내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이 같은 산업만큼 부산의 특성을 효율적으로 살릴 분야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에 나서면서 부산시와 중앙정부의 ‘신공항 논리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부산시는 김해신공항을 건설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관문공항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4시간 운영되는 공항이 될 수 없고, 안전과 소음으로 민원에 시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경상남도와 울산시는 다른 입장을 보이다가 올 들어 김해신공항 대신 새로운 공항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아 중앙정부에 새로운 공항입지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가덕신공항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며 “반드시 중앙정부를 설득시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은 대형행사에 걸맞은 공항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시는 오는 11월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다. 부산은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이미 성공적으로 개최한 도시로서 정상회의에 특화된 도시다. 2030년 부산월드엑스포가 결정되면 부산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50만 명의 취업유발효과와 함께 생산유발효과가 43조원에 이른다. 국내에서 처음 치러지는 종합박람회(등록엑스포)다. 1993년 대전엑스포와 2012년 여수엑스포는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전문박람회(인정엑스포)였다. 시는 부산에서 유라시아 대륙까지 연결되는 철도사업도 시행해 한반도 평화통일, 북방경제 시대를 선도적으로 이끌 교통망을 확보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대형 회의와 대형 박람회가 열릴 때마다 직항로가 없고 공항이 초라해 국제도시라는 말을 사용하기에 머쓱할 때가 많다”며 “최소한 동남권, 나아가 남부권 주민들이 전시컨벤션과 관광,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공항과 철도망의 첫 단추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6년 7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조치로 중국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려 크루즈 부산 관광이 추락했으나 다시 회복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60% 이상 크루즈 입항이 늘어날 예정이다. 부산항만공사와 정부는 북항 일대에 대규모 복합리조트와 오페라하우스를 설립하고, 북항 일대 바닷가를 제대로 된 해양클러스터로 조성할 계획이다. 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과 연결된 트램노선을 조기 착공하고 1부두 피란수도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도 힘을 쏟는다. 북항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부산금융단지 일대에도 금융박물관과 새로운 스타트업 클러스터가 조성돼 부산의 성장동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는 남구 용호부두와 섶자리 일대를 개발하는 종합마스터플랜도 세우고 55보급창도 활용해 새로운 관광, 해양인프라를 구상하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박물관에서 서부산권에 이르기까지 걷기 좋은 관광코스를 개발해 운영에 들어갔다. 남구와 수영구 일대에 검토되고 있는 해상케이블카와 황령산스키돔, 복합리조트가 주민 및 시민단체와의 협의를 성공적으로 끝내 가동된다면 부산의 관광인프라 구축에 힘이 실릴 것으로 관광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해운대에 조성된 마린시티와 센텀시티처럼 북항 일대에도 제2의 센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대에 있는 벡스코(부산전시컨벤션센터)도 이용객이 몰리면서 제3관 전시장을 비롯한 복합지구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지자체뿐 아니라 주민과 시민단체도 관광부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영도대평동마을회와 깡깡이예술마을사업단은 오는 17일 1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옛 영도 도선의 추억과 향수를 실은 ‘깡깡이 유람선’을 운항한다. 감천동 문화마을에서 시작된 부산문화 관광 움직임은 초량동과 영도, 기장군으로 확대돼 국내외 관광객에게 바다와 함께 부산 문화를 하나하나 선보이기 시작했다. 젊은 사업가들의 참신한 발상으로 부산을 알아가면서 글로벌한 부산 모습으로 탈바꿈시켜가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산업이 추락하고 있지만 산학 협력으로 새로운 창업자를 만들어내고 있고 활력을 되찾아가는 기업들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드래곤 캠퍼스’로 불리는 부경대 용당캠퍼스는 33만㎡ 규모 캠퍼스를 통째로 기업들에 개방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330여 개의 기업이 둥지를 틀었고, 600억원 이상의 매출도 올리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노사 갈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지만 LPG ‘도넛탱크’를 내세워 품질 자신감을 갖추고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로 시장을 지켜가고 있다. 화승그룹도 매출 4조5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잡고, 자동차부품과 신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자리를 유지하면서 개발연구와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데 온 힘을 집중하고 있다. 남성복 ‘인디안’ 브랜드로 잘 알려진 세정도 쇼핑뿐 아니라 외식과 휴식, 휴가를 보낼 수 있는 도심 속 놀이공간 매장을 조성하고, 라이프스타일 유통사업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선급은 글로벌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선박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남부발전은 미국 나일스 복합발전사업에 국내 발전사로선 처음으로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기술력을 내세워 해외 복합발전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선주조는 장례식장 전용 소주를 출시하고 건전한 음주문화 광고를 제작해 눈길을 끌고있다. 골든블루는 올해 글로벌 경쟁사들을 제치고 국내 정통 위스키 시장 1등 브랜드로 입지를 구축했다.

금융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목표에 발로 뛰는 기업들도 있다. BNK금융그룹은 지주사와 힘을 합쳐 경영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산업의 부진에서 벗어나 해외시장 공략과 디지털 및 정보통신 금융 시스템의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도 예비 유니콘을 위해 제2의 벤처붐 조성에 힘을 쏟아붓고 있다. 부산금융단지에 자리 잡은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도 금융박물관을 건립해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펼치고 있고,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작업공간을 제공하는 등 부산의 미래를 위해 지원을 펼치고 있다.

김영재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산은 조선과 자동차산업의 부진에다 주 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제 등으로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통일시대에 대비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항만에다 공항, 철도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관광도시로 키우는 데 힘을 모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