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중·고생의 다양한 체험학습은 더 늘어나야

입력 2019-05-13 09:00
지금까지 지식을 쌓는 데만 시간을 보낸 학생들에게
직접 보고 만들고 느끼면서 지혜를 쌓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났을 10대 마지막 추억 여행이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으로 다시 한번 눈물로 얼룩지고 말았다. 강릉 펜션 사고 후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각 학교에 개인체험학습 운영현황 조사를 지시했다. 교사에게 강릉 펜션사고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각 학교에서는 개인체험학습에 대해서 이전보다 더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지시다.

수능 후 고3 교실이 통제불능이라는 문제 제기는 올해만 나온 게 아니다. 심지어는 화투나 포커를 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아무 대책 없이 방치하다 사고가 나고 나니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며 호들갑을 떠는 어른들의 모습은 우습기까지 하다. 사실 학생들은 시간이 남을 때 어떻게 활용해야 되는지 잘 모른다. 학교에, 학원에, 숙제에, 시험에 1분 1초를 쪼개 써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어른들의 닦달로 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 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식은 많은데 지혜는 부족하다고도 한다. 중학교 때 호주에서 생활할 기회가 있었는데 호주 학생들은 어린 나이에도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쌓고 있다. 생전 처음 해외여행을 가려고 미용실에서 미용보조를 한 어느 친구는 지난해 겨울 한국으로 여행을 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생이 되면 여러 단체나 기업에서 인턴 경험을 쌓기도 하고 다양한 공모전에 응모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 학생도 공모전을 준비하지만 오로지 자기소개서에 한 줄 더 쓸 스펙을 만들기 위해서다. 온전히 자기가 하고 싶은 경험을 선택해서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경험하기 힘든 구조다.

중·고생의 체험학습은 다양한 경험을 쌓기에 좋은 프로그램이다. 만약 강릉으로 여행 간 그 열 명의 학생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고 무사히 잘 돌아왔다면 평생 남을 좋은 추억을 가슴에 안고 왔을 것이다.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고 중·고생 체험학습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보다 안전한 개인체험학습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필요하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지식을 쌓는 데만 시간을 보낸 학생들에게 직접 보고 만들고 느끼면서 지혜를 쌓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손효정 생글기자(제주브랭섬홀아시아 11년) sonhyojung01932@branksome.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