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전통음악 명인들의 화합 한마당

입력 2019-05-12 17:29
주일한국문화원 개원 40주년
'소리가 춤을 부른다' 특별공연


[ 은정진 기자 ] “얼씨구~ 잇쇼니(다함께). 절씨구~ 잇쇼니 마네나사이(함께 따라해요).”

지난 10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주일한국문화원 한마당홀. 연희단 팔산대의 신명나는 장단이 울려펴지자 다소 적막하고 무거웠던 객석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객석 뒤에서 팔산대가 깜짝 등장하자 자리를 가득 채운 300여 명의 일본 관객은 당황한 듯 웅성거렸다. 장단을 이끌던 한 여성 소리꾼이 걸음을 멈추고 “하쿠슈 시루도(박수 소리)”라고 외치자 그제서야 객석에선 웃음소리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주일한국문화원 개원 4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문화 교류 일환으로 열린 특별공연 ‘소리가 춤을 부른다’(사진)의 시작을 알린 풍물놀이 ‘길놀이’였다. 이어 한국과 일본 전통예술인들의 가(노래)·무(춤)·악(음악)·극(연극) 무대가 이어졌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한국 사물놀이패와 일본 전통 북 오즈츠미(大鼓) 명인 오쿠라 쇼노스케, 전통 피리 시노부에(篠笛) 장인 요코자와 가즈야의 합동 무대였다. 오쿠라가 장구보다 조금 작은 오즈츠미를 두드리기 시작하자 요코자와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시노부에를 꺼내들고 구슬픈 가락을 연주했다. 이어 꽹과리를 시작으로 사물놀이 장단이 그들의 연주에 스며들었다. 부산광역시무형문화재 3호 동래학춤 예능보유자인 이성훈 명무의 선비춤도 인상적이었다. 고고하고 기품있는 학의 모습을 빗댄 동래학춤의 우아한 춤사위에 관객들은 일제히 숨을 죽인 채 몰입했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객석에서 ‘앙코르’를 외치자 출연자들은 전원 무대에 올라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했다. 아리랑에 맞춰 한·일 전통예술인들은 서로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시작했다. 공연자의 유도로 관객들도 무대에 올라와 흥겨운 춤잔치가 벌어졌다.

황성운 주일한국문화원장은 “일본 시민에게 ‘신명’이란 감정을 담고 있는 우리 문화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도쿄=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