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어기면 대표 형사처벌…해외엔 없는 과도한 징벌적 규제"

입력 2019-05-10 17:41
외국계 기업 CEO '한국만 있는 규제' 쓴소리


[ 고재연 기자 ]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늦게 퇴근하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어겨도 대표이사가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하면 본사에선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미국 에너지 관련 부품 제조기업 이튼인더스트리즈 한국법인의 김도환 대표는 10일 “근로자가 주 52시간제를 지키지 못하면 대표이사를 피의자로 소환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근로기준법 조항은 지나친 징벌적 규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외국기업협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국회에서 연 ‘외국인 투자기업 CEO 간담회’에서다.

김 대표는 “근로시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점도 문제”라며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을 칼같이 구분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고 호소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외투기업 최고경영자(CEO) 20여 명은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들은 일률적인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제),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 등 한국에만 있는 규제 탓에 해외 사업장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최종 한국GM 부사장은 개정된 산안법을 우려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산안법은 원청 사업주에게 사업장 안은 물론 밖에서 이뤄지는 위험 작업의 안전관리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웠다.

최 부사장은 “도급 계약은 원청 업체가 하청 업체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업무 지시 및 지휘감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개정된 산안법은 도급 계약의 특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운하 파나소닉코리아 대표는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한 정보기술(IT) 업종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노사 합의 땐 최장 3개월 가능)을 1년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각종 규제에 관한 논의만 있을 뿐 생산성 향상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동용 젠하이저코리아 대표는 “일본은 향후 5년 동안을 ‘생산성 혁명 기간’으로 정했는데 한국은 ‘저녁이 있는 삶’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생산성 향상에 관한 고민은 없다”고 꼬집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