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SNS 상에서 재력가의 면모를 보여왔던 A씨는 지난 2017년 시가 7억 원의 슈퍼카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싸게 중고로 처분한다는 글을 올렸다.
급매로 내놓는 이유가 훨씬 더 비싼 코닉세그라는 초슈퍼카를 사려 하는데 돈이 부족해서라는 것이었다.
평소 A씨의 페이스북을 지켜보던 B씨는 이 차에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구입의사를 밝혔다.
B씨는 지인을 통해 A씨를 소개받았고 차량의 실물도 본 후 망설임 끝에 구매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후 차량 등록과 임시 번호판 등의 문제로 인해 껄끄러운 문제가 생겼고 B씨가 환불을 요구하며 차를 반납한다.
A씨는 조금만 기다려 주면 돈을 환불해 주겠다고 했지만 시일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6개월이 지나도록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B씨는 결국 A씨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게 된다.
서로를 신뢰하며 5억 원 가까운 차량을 슈퍼카를 계약서도 없이 거래한 이들이 결국 법정 공방전을 벌이게 된 사연을 직접 들어봤다.
A씨와 B씨는 모두 "상대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면서 주장하고 있다. 최근 'SNS 재벌의 수상한 슈퍼카 판매'라는 제목으로 방송에서도 소개된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사항을 짚어봤다.
◆ "임시 번호판으로 할지는 당사자가 결정" vs "임시 번호판으로 타다가 되팔라고"
사건의 발단이 된 환불요청에서 서로 입장차를 드러내는 부분은 서로를 믿고 거래를 했는데 상대가 말을 바꿨다고 주장하는 점이다.
수입 과정에서 인증이 채 끝나지 않아 임시번호판을 달고 있었는데 이게 빌미가 됐다.
"몇 년 간 페이스북에서 재력을 과시하고 슈퍼카도 여러대 있다고 하니까 문제는 없겠구나 싶었죠. 차량 대금 4억 8천만 원 중 현금을 4억 7천만 원 주고 1천만원은 리스를 돌리려고 하자 A씨가 '번호판 달면 세금 많이 드니까 임시번호판으로 타다가 저한테 되파세요'라고 했습니다." (구매자 B씨의 말)
"차량을 정상 등록해서 리스를 할지 임시 번호판으로 운행할지 물었더니 B씨가 좀 더 고민해 보겠다고 했어요.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두 번이나 요구했지만 B씨는 '뭐 이런 걸로 계약서를 씁니까'라고 거부하더라고요. 임시 번호판으로 탈지 리스로 탈지는 구매자가 결정할 문제 아닌가요. 당시 저는 어떠한 강요도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환불을 요구할 작정으로 구입한 게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입니다." (차량 판매한 A씨의 말)
차량 가격이 4억 8천만 원에 달하다 보니 차량 등록비만도 수천만 원에 달하는데 B씨는 "A씨가 인증도 안된 차를 판매한 것 부터가 문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 "인증을 미뤄서 못 받게 했다" vs "인증을 미루고 안 해줘서 환불 요구 한 것"
수입 차량이 국내에서 주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 A씨와 B씨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거래할 당시에도 3가지 인증절차 중 안전검사 항목 하나가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인증이 다 되지 않은 차량을 탄다고 불법은 아니다. 정해진 기간안에 임시번호판을 달고 타면 되기 때문이다.
A씨는 "차량 거래 시에도 이 같은 사실은 고지가 됐으며 추후 인증업체에 예약을 해서 진행하면 되는 문제였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A씨는 "B씨가 인증을 받기로 약속한 날짜에 차량을 입고시키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다시 인증을 받으려 하지만 인증 대기차량이 많아서 바로 받을 수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B씨는 "차량 인증을 해달라고 A씨에게 차를 맡겼으나 2개월이 지나도록 인증을 못받았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면서 "나중에 알아보니 인증을 받으려는 시도조차 안한 것을 알게 돼 환불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차량 환불 요구의 단초가 된 인증 지연 과실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는 셈이다.
◆ 차량 환불 왜 늦어졌나
우여곡절 끝에 차량 금액을 전액을 환불해주기로 한 A씨.
하지만 "차량을 가져간 후 얼마나 탔느냐고 물어보니 인증을 위해 왔다갔다 한 게 전부라고 했는데 인도할 때 주행거리가 4004km였던 차량 키로수가 나중에 보니 5486km로 늘어나 있었고 운전석 문짝이 잘 닫히지 않고 고장이 난 상태였다"면서 "수만 km를 주행한 차가 1400km 더 탄 거야 별 문제 없겠지만 총 주행거리가 4000km밖에 안된 차량에게는 그게 심각한 문제다. 차량의 상당한 감가가 예상돼 원금 4억 8천만 원을 고스란히 환불해 주기엔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가 차를 많이 타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기저기 주행한 차량 인증 사진을 올리며 여기저기 다녔고 어떤 사진에는 5000km를 넘긴 모습도 있었다고 사진을 제시했다. 이어 "B씨가 예전 페이스북에 호텔 직원에게 발렛주차를 맡겼는데 위로 열리는 차 문을 앞으로 열었다가 망가뜨렸다고 올렸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는 "인증을 받으려고 인천과 용인을 두번 왔다 갔다 했을 뿐이다"라면서 "주행거리가 많아서 환불이 어렵다고 할 거였으면 애당초 주행거리를 다 확인한 후 환불 문제를 얘기했어야 하는데 내가 차를 반납한 뒤에도 A씨가 그 차를 타고 다니다가 6개월 후에야 '차를 많이 탔다, 문이 이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들어낸 말이다. 아벤타도르를 타고는 호텔에 간 적도 없다. 페라리를 발렛 맡겼다가 문을 잘못 열어 문제 생겨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는데 그걸 가지고 마치 내가 차량을 훼손시키고 환불을 요구하는 것처럼 말을 지어냈다"라고 반박했다.
A씨는 이에 대해 "B씨가 차량 판매대금 전부를 돌려달라고 하는데 주행거리와 운행한 기간 등으로 단가가 절감되었기 때문에 전부를 줄 수는 없다"면서 "민사소송을 통해 금액이 정해지면 바로 지급하겠다"라는 입장이다.
A씨는 "B씨의 업무방해로 금전적 피해를 봤으며 앞서 타 언론사의 'SNS 재벌 사기' 보도가 편파적이라 명예훼손을 입했다. 해당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에 제기한 상태다"라고 전했다.
이에 B씨는 "차를 샀다가 환불받으려고 돌려주고 2년 가까이 1원도 못 받고 있으니 누가 봐도 명백히 내가 피해자다"라면서 "민사사건으로 법적 처분을 받으려면 최소 3년이나 걸린다. SNS 재벌'로 행세했던 그를 믿고 거액의 차를 덥석 산 것부터 후회된다. 다시는 그에게 나 처럼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앞으로 없길 바란다"면서 울분을 토했다.
극도로 상반된 주장을 펴는 이들은 법적 공방과는 별개로 현재 페이스북을 통해 SNS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