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흔드는 손'은 놔둔 채…권한만 나누는 게 개혁인가

입력 2019-05-09 17:29
수정 2019-05-10 14:16
현장에서

檢개혁 최종 목표는 정치중립
인사권 독립 없이는 불가능

안대규 지식사회부 기자


[ 안대규 기자 ] “흔드는 손은 놔두고, 같이 흔들리던 기관 사이에 권한을 나누는 게 무슨 개혁인가.”

한 검사가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과 관련해 지난 7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이다. ‘흔드는 손’은 검사 인사권을 쥔 청와대와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검찰개혁의 핵심인 인사권 독립이 빠진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많다. 검찰 개혁의 궁극적 목표는 정치적 중립이고 이를 위해선 청와대나 대통령이 인사권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행사한다. 일선 판사 인사권이 대법원장에게 주어진 것과 달리, 검찰총장은 검사 인사권이 없다. 검찰은 준사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모든 정권이 행정부처로 취급하며 법무부를 통해 인사권을 행사해왔다. 수사 결과가 개인의 ‘입신양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검사들은 정권에 충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017년 5월 취임 후 “검찰을 정권의 칼로 쓰지 않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기무사령부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 계엄령 문건 의혹,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 개별 사건을 언급했고 검찰은 결과적으로 이에 맞춰 수사를 했다. 대통령이 사실상 ‘적폐 수사’를 지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청와대가 정보경찰 분리 등 경찰개혁에 소극적인 것도 인사검증 및 동향 파악에 정보경찰의 쓰임새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도 이전 정부와 똑같이 한 정권을 몰락시키고, 탄생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수사기관의 권한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다.

차기 검찰총장 임명을 앞두고 조만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지만, 유력한 총장 후보군인 연수원 19기(봉욱 조은석 황철규), 20기(이금로 김오수) 출신을 비롯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눈치만 보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선 패스트트랙 법안이 시행돼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설치되더라도 수사기관의 ‘정치 편향성’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경찰에 권한이 몰리더라도 인사권은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대통령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에 처장 임명 시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은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헌법상 3권 분립 정신에 따라 준사법기관인 검찰과 준사법기관이 될 경찰 모두 독립된 인사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법조계 지적에 청와대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