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차이니즈 월 규제 대폭 손본다"

입력 2019-05-09 16:39


금융투자회사의 차이니즈 월(정보교류 차단장치)와 관련된 규제가 완화된다. '업 단위' 칸막이 규제를 '정보 단위'로 전환하고 인적교류 금지 등 형식적 규제는 법령에서 폐지한다. 핀테크 활성화 등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업무위탁과 부수업무 규제도 함께 손질한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회사의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등 11개의 증권회사 대표이사들이 자리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우리나라 차이니즈 월 규제는 회사 규모와 업무의 성격 등을 고려하지 않고 법령에서 직접 규제 대상과 방식을 규정하고 있어 조직과 인사운영에 대한 회사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고 짚었다.

차이니즈 월 규제라고 불리는 정보교류 차단장치는 금융투자회사가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때 이 규제로 신속한 도입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전적 규제로 작용하고 있는 차이니즈 월 규제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며 "새로운 차이니즈 월 규제의 기본 원칙은 규제 준수 방식에 대한 업계의 자율성을 제고하면서 회사의 책임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먼저 금융투자업 업무를 기준으로 규제 대상과 금지행위를 정하는 현행 '업 단위' 칸막이 규제 방식을 '정보 단위'별 규제로 전환한다.

차이니즈 월 설치가 필요한 정보의 종류를 전통적 증권업 수행 과정에서 생산되는 '미공개 중요정보'와 고객재산 관리 등에서 얻는 '고객자산 운용정보'로 정의하고 정보교류 차단이 필요한 경우를 포괄적으로 규정해 규제의 유연성과 실효성을 끌어올린다.

차이니즈 월 규제 형식도 법령에서 직접 규정하기 보다는 필수 원칙만 제시하고 세부사항은 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인적교류 금지, 물리적 차단 의무와 같은 형식적 규제는 법령에서 폐지한다.

계열회사와의 사외 차이니즈 월 규제도 사내 규제와 유사하게 개선한다. 계열사와의 임직원 겸직제한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규제 수준으로 완화한다. 물리적 차단 의무는 폐지한다.

차이니즈 월 규제 정비에 맞춰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행위규제도 보완한다. 미공개 중요정보에 대한 판단절차를 마련하고 주기적 점검과 교육 의무 등 회사 내부통제를 정비한다. 내부통제 미흡으로 행위규제를 위반하면 가중 제재하는 등 사후제재도 강화한다.

업계의 자율과 창의를 제한하는 업무위탁과 겸영·부수업무 규제도 함께 손질한다. 금융투자업권은 제도적 제약 등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혁신기술을 보유한 IT기업과의 협업에 한계가 있다.

핀테크 활성화 등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정비한다. 업무위탁이 금지된 핵심업무도 관련 업무에 관한 인가나 등록을 받으면 위탁이 가능해진다.

또 IT기업에게도 매매주문의 접수·전달·집행·확인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지정대리인 제도를 통해 본질적 업무도 IT기업에 위탁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여타 금융업권에 비해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재위탁과 정보처리 업무 위탁 규제도 정비할 예정이다. 현재 금지돼 있는 재위탁을 원칙 허용으로 전환하고 단순 정보처리 업무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위탁이 가능하도록 한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이 같은 규제 개선에 대해 "차이니즈 월, 업무위탁, 진입규제 등은 자본시장의 가장 핵심적인 영업행위 규제로 이를 개선하다는 것은 창의적인 업무 수행을 활성화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협회는 회원사와 함께 기존 실무 태스크포스(TF)를 내부통제 혁신위원회로 개편하고 증권사 내부통제의 구체적 실현방안을 보다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