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社名서 '타이어' 뺀 한국타이어…78년 만에 '독한 변신'

입력 2019-05-09 16:38
Cover Story -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그룹 정체성 바꾸고 새 출발
4차 산업혁명 대응 '파괴적 혁신'
타이어 사업부문 R&D 강화


[ 장창민 기자 ]
세계 7위(매출 기준) 타이어 기업인 한국타이어가 그룹 및 주요 계열사 이름을 바꾸고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사명에서 ‘타이어’라는 단어를 아예 뺐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의 전신인 조선다이야공업이 설립(1941년)된 지 78년 만이다. 회사 경영진이 사명을 바꿀 정도로 큰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그룹의 3세 경영도 본격화했다.

모든 계열사 이름 변경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 8일 사명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교체했다. 첨단기술 기반의 혁신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룹 전체의 통합 브랜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 명칭도 바꿨다.

우선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변경했다.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거듭났다. 기업 브랜드인 ‘한국(Hankook)’의 정체성을 기술기반 혁신그룹으로 재정의하고 브랜드 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인다는 게 이번 사명 변경의 의도다.

이와 함께 1944년 창립한 배터리 업체 아트라스BX는 ‘한국아트라스BX’로, 타이어용 몰드 등 금형제조 전문기업인 엠케이테크놀로지의 사명은 ‘한국프리시전웍스’로 변경했다. 정보기술(IT) 서비스와 물류 엔지니어링 기업인 엠프론티어는 ‘한국네트웍스’로, 타이어 제조 핵심 설비 전문기업인 대화산기는 ‘한국엔지니어링웍스’로 바꿨다. 수입차 부품과 정비서비스 등을 하는 에이치케이오토모티브는 ‘한국카앤라이프’로 변경했다. 다만 모델솔루션은 사명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명 변경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계열사 사업 경쟁력 강화를 넘어 새로운 영역 개척에 도전하는 파괴적 혁신을 지속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역사는 19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타이어 제조사 브리지스톤이 한국에 조선다이야공업을 설립한 게 효시다. 이 회사는 1951년 한국다이야제조로 이름을 바꿨고 1967년 효성그룹에 편입됐다. 이듬해인 1968년 이름을 한국타이어제조로 변경했다.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조양래 회장(장남은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1985년부터 한국타이어를 독자적으로 경영하기 시작했다. 2012년엔 회사를 지주회사(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회사(한국타이어)로 분할했다.

한국타이어는 1941년 설립 이후 줄곧 ‘한국 최초’ 타이틀을 지켰다. 국내 타이어업계 최초 해외 법인 설립 및 수출 등은 모두 한국타이어의 몫이었다. 어느새 매출 기준 세계 7대 타이어 회사에 올랐다. 세계 30여 개국에 지사와 현지법인을 둘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이런 역사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한국타이어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 번도 ‘타이어’를 회사 이름에서 떼어내지 않았다. 타이어는 그룹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적 존재였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동력까지 바꾼다”

사명 변경은 조 회장의 아들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주도했다. 회사 이름을 바꾸는 ‘극약처방’을 통해 그룹의 정체성은 물론 매출 구조와 미래 성장동력까지 싹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다. 타이어업계에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종합 자동차 부품회사로의 도약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세계 2위 자동차 공조시스템 회사인 한온시스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회사 안팎에서는 한국타이어그룹이 글로벌 타이어 회사이자 초대형 자동차 부품사인 독일 콘티넨탈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동차와 관련이 없는 분야로 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산업의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제3의 분야에 뛰어드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논리다.

그룹의 세대교체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기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등기임원직을 내려놨다. 조 부회장의 등기임원 임기는 3년 연장되고, 조 사장은 새로 등기임원이 됐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 회사가 여러 측면에서 크게 바뀔 것”이라며 “회사를 새로 설립하는 수준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R&D 지속 투자로 리딩 기업 도약”

대표 기업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국내 최초로 세워진 타이어 전문기업이다. 4개의 글로벌 지역본부와 30여 개의 해외지사, 8개의 생산시설, 5개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 중이다. 세계 180여 개국에 타이어를 판매해 세계 시장에서 매출 기준 7위를 차지하고 있다. 총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일궈내고 있다.

이 회사는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겨울용 타이어 전용 성능시험장 테크노트랙과 국내에서 유일하게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센터를 갖추고 있는 테크노돔은 R&D 역량을 강화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45개 완성차 브랜드 310여 개 차종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며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에 미래 기술력이 집약된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R&D 혁신에 기반한 기술 리더십으로 세계적인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한편 고급 세단, 스포츠카, 고성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다양한 차종의 신차용 타이어 공급 라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