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11점차 뒤집고 67세 '최고령 프로선수' 된 당구맨

입력 2019-05-09 15:52
"시력 나빠질까봐 스마트폰도 자주 안봐요"

장성출 前 서울시당구연맹 회장
大역전 몰아치기로 '인생 2막'


[ 조희찬 기자 ]
“시력요? 전자파 나오는 건 멀리해요. 스마트폰도 얼마 전에야 샀어요. 허허.”

좁은 보폭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던 장성출 전 서울시당구연맹 회장(67·사진)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하회탈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일산 엠블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프로당구(PBA)투어 프로 선발전(트라이아웃)에서 최고령의 나이로 프로선수 자격을 획득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2차 선발전에서 한때 11점 차까지 뒤졌으나 ‘하이런(연타)’으로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장성출은 “후배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며 “내 선수 생활이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당구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당구는 격한 움직임이 없는 ‘인도어’ 스포츠다. 고령의 나이에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프로 무대’는 이야기가 다르다. 나이가 들수록 공의 길을 보는 경험은 쌓여도 집중력과 시력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성출이 1988년 아이선수권대회 우승, 1992년 SBS당구선수권대회 4회 우승 등을 거둔 ‘베테랑’임에도 대부분의 당구인이 장성출의 프로 통과를 어렵게 본 이유다. 한 당구인은 “3쿠션의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집중력을 요구한다”며 “뒤지고 있다가 22점에서 하이런으로 4큐 만에 40점까지 도달하는 건 젊은 선수들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장성출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저었다. 그는 “10여 년 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경험이 있다”며 “이후 건강 관리에 집중했고 등산 등 가벼운 유산소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력 유지에 대해선 “스마트폰도 폴더폰이 없어진다고 해서 최근에야 샀는데, 전자파가 나오는 것은 최대한 멀리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라며 껄껄 웃었다.

장성출은 다음달 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PBA투어 개막전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다. PBA투어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프로 당구’ 무대다. 한국 남자 당구 3쿠션의 최강자 강동궁(39) 등도 PBA투어에서 프로로 데뷔한다. 장성출은 “어린 선수들과 경기하면 체력적인 부담도 있지만 프로 당구 선수라는 평생의 꿈을 이뤘으니 최고의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양=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