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딸을 낳으면 금메달, 둘째를 또 딸을 낳으면 은메달, 그러나 아들만 둘 낳으면 목메달’이라는 우스갯말이 있다.
딸을 낳으면 비행기에서 죽고 아들만 낳으면 구루마에서 죽는다는 말 등도 아들 선호 사상이 높던 시절 잘 키운 딸이 오히려 아들보다 낫다는 의미로 통용됐다.
1992년 탤런트 김희애와 최수종이 주연한 TV 드라마 '아들과 딸'은 남아선호 사상이 팽배하던 1970~80년대 시절을 그대로 재연해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요즘은 아들 딸 구별없이 키우기 때문에 이런 남아 선호 사상은 박물관 내 골동품처럼 고루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아들을 낳은 친구가 딸 둘 낳은 자신에게 "안쓰럽다"라고 말했다는 A씨의 황당한 사연이 온라인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A씨는 먼저 결혼한 친구 B씨가 아들을 낳은 후 평소 아들 자랑을 하는 것을 그저 좋게만 받아들였다.
B가 "딸 낳은 사람들, 다들 좋다고 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아들 낳고 싶은데 못 낳은 거야"라고 말할 때도 당시 아이가 아직 없었던 A씨는 막연히 '아들 낳으니 든든하고 좋은가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A씨가 딸 둘을 낳은 후에는 이 말을 받아들이는 입장이 달라졌다.
B씨는 "자매도 좋다"는 A씨의 말에 "그래도 아들이 있어야지"라고 걱정했다.
"딸 둘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자매 좋지', '딸이 좋지' 이러면서도 속으로는 안쓰럽게 생각해. 자매라서 좋다는 것은 다 위로해주려고 하는 말이야."
그 말을 듣자 A씨는 "자매도 키우다보니 너무 좋은데 친구가 나를 아들 못 낳았다고 안쓰럽게 생각하는 건가 싶어 짜증이 났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네티즌들에게 "다들 정말 속으로는 아들 없어서 안쓰럽고 안됐다고 생각하면서 자매 좋다고 위로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조언을 구했다.
네티즌들은 이 사연에 "웃으면서 '네 엄마는 너 낳고 실망하셨겠네' 이럼 될 듯", "아들 둘 있는 것도 뭔가 안쓰럽다", "아들 없는 여자들이 늘 하는 말이 '아들만 있는 집은 불쌍해'아닌가", "아들이냐 딸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냐'가 중요하다. 오죽 자랑할 게 없으면 아들 낳은 게 자랑이냐", "딸딸까지는 예뻐 보이는데 요즘 시대에 딸딸딸은 솔직히 아들 보려고 낳은 거란 생각이 든다", "아들 둘 낳을까 봐 걱정하는 친구는 있어도 딸 둘 낳을까 봐 걱정하는 친구는 못 봤다", "요즘은 아들 둘 있다 그러면 오히려 짠하게 보지 않나? 아들 키우는 게 체력적으로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들 알아서", "딸도 나름이다. 아들이라 힘들고 딸이라 편하고 그런 건 편견이다", "전 오히려 딸 둘 낳은 엄마가 딸부심 부리면서 '아들만 둘이라 어떡해~어휴 힘들겠다'하면 듣기 싫더라", "요즘 딸이 좋다는 것도 딸들한테 부담주는 프레임이다" 등의 열띤 반응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아직도 남편이나 시어머니 등이 딸을 낳은 아내, 며느리에게 아들을 낳으라고 강요하는 일이 있을까.
이인철 변호사는 "예전에는 아들 선호 사상 때문에 마음고생 하는 아내분들이 많이 있었다"면서 "요즘에는 딸을 선호하는 부부들도 많아서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아들 타령을 하는 시부모님이나 남편 때문에 힘들다는 아내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이 아내의 잘못도 아니고 당연히 이혼사유가 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아들을 낳지 못했다고 구박하는 시부모님이나 남편의 태도가 심할 경우에는 이혼사유가 될 수 있고 위자료 청구도 가능한 시대다"라고 달라진 세태를 표현했다.
도움말=이인천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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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