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세무이야기 <55>
건물 자산가치 올리거나
내용 연수 늘려주는 비용은
자본적 지출로 공제 가능
홍길동 씨(49)는 의무임대기간을 마친 임대주택을 최근 매각했다. 홍씨는 이 원룸형 다가구주택을 구입할 때 각 방에 비치된 에어컨, 세탁기, 침대, 옷장, 가스레인지, 책상, 신발장 등을 부동산과 구분해 4000만원을 지급하고 일괄로 구입했다. 그리고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당시에 별도로 낸 각종 편의시설 등의 구입비용을 필요경비에 포함해 양도소득세를 계산했다. 그런데 세무서에서는 에어컨, 세탁기 등의 구입비용은 필요경비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양도소득세를 추징하겠다고 한다. 편의시설 등의 구입비용 4000만원이 필요경비로 인정되지 못하면 가산세를 포함해 2000만원 정도의 양도소득세를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부동산과 관련한 편의시설 구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이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필요경비로 인정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등을 매각한 금액에서 지출한 필요경비 등을 공제한 매매차익으로 계산한다. 그래서 부동산을 구입하면서 실제로 지출한 금액은 매매차익을 계산할 때 공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원룸에 에어컨, 세탁기 등을 설치하는 것은 더 좋은 조건으로 임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필요경비로 해석되는 것이 일견 맞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법의 해석은 다르다.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양도가액에서 공제할 수 있는 경비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구분된다. 첫째, 부동산 등(①토지 또는 건물 ②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③지상권 ④전세권과 부동산임차권)의 취득에 소요된 비용(취득가액)이다. 둘째, 자본적 지출액으로서 건물의 내용연수를 연장시키거나 건물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해 지출한 비용이다. 건물의 개조비용, 엘리베이터 또는 냉·난방 장치 설치 비용, 건물에 대한 재해복구 등에 지출한 비용도 자본적 지출로 구분해 공제한다. 부동산 등의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 소요된 소송 비용과 용도를 변경하거나, 개량 또는 이용편의를 위해 지출한 비용도 넓은 의미에서 자본적 지출로 구분된다. 셋째, 부동산 등을 양도하기 위해 직접 지출한 양도비용, 즉 공인중개사 수수료 등도 공제 대상이 된다.
세법에서는 홍씨가 지출한 에어컨, 세탁기 등의 대가는 위에서 열거한 세 가지 유형의 필요경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에어컨 등의 설비에 지출한 비용이 필요경비로 인정되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해석된다. 첫째, 에어컨이나 세탁기 등은 애초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 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구입 당시의 비용 역시 공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해당 비용은 자본적 지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본적 지출이라는 것은 건물의 자산가치를 상승시키거나, 건물의 내용연수를 늘려주는 비용을 의미한다. 해당 시설물에 대한 지출은 건물의 자산가치나 내용연수를 늘려주는 지출로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통상 빌트인 에어컨이나 보일러 등은 냉·난방시설이기 때문에 자본적 지출로 구분해 필요경비로 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세법에서는 건물을 취득할 당시에 이미 설치돼 있던 에어컨을 그대로 양수했다가 다시 양도하는 경우 자본적 지출로 해석하지 않는다. 보유하고 있는 건물에 새로이 에어컨 등의 냉·난방장치를 설치하지 아니한 이상 자본적 지출로 해석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매각할 때의 계약을 제대로 한다면 불필요한 양도소득세를 피할 수 있다. 만약 원룸형 다가구주택을 구입할 때 에어컨 등의 설비를 부동산 가격에 포함해 취득했다면, 부동산의 취득가액으로 구분됐을 것이다. 매각할 때도 주의해서 계약서를 작성하면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 에어컨 등의 시설물을 부동산가격과 구분해 매각해도 양도소득세를 피할 수 있다. 원룸형 다가구주택을 매각할 때 에어컨 등의 설비를 별도 금액으로 책정해 매매계약을 했다면 해당 설비로 구분된 금액은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한 이런 유형의 매매계약은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리해질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설비의 구입비용 등이 경비로 인정되지 못하고, 부동산에 대한 취득가액은 낮아져 향후 양도소득세가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종훈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