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경상수지 6년9개월 만에 최저…수출 부진 속 '불황형 흑자'

입력 2019-05-08 08:29
수정 2019-05-08 08:38

올해 1분기 경상수지가 6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의 수출 부진과 대(對)중국 수출 둔화가 이어진 결과다.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수입이 동반 감소한 '불황형 흑자' 양상이 뚜렷했다. 1분기 수출과 수입이 2년 6개월 만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해 상품수지가 5년 만에 가장 적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19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1분기 경상수지는 112억5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2012년 2분기(109억4000만달러 흑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1분기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196억1000만달러에 그쳐 2014년 1분기(170억6000만달러) 이후 가장 적었다.

1분기 수출은 1375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4% 감소했다. 분기 기준 수출 감소는 2016년 3분기(-3.9%)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수입도 7.6% 줄어든 1178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역시 2016년 3분기(-1.5%) 이후 처음이다.

3월 경상수지는 48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2012년 5월 이후 8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월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 1월 9개월 만에 최소치인 28억2000만달러를 기록한 후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3월 수출은 471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8.2% 감소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등 전기·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줄었다. 수입은 6.7% 감소한 419억달러로 집계됐다. 원자재, 자본재 수입이 각각 7.3%, 10.7% 감소한 반면, 소비재 수입은 4.7% 증가했다.

수출과 수입이 함께 줄면서 3월 상품수지는 84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94억1000만달러)보다 감소했다. 4년7개월 만에 가장 적었던 지난 2월(54억8000만달러)보다 증가했지만 전년 동월보다는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중남미에 대한 수출은 증가한 반면, 중동, 중국 등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3월 서비스수지는 23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 및 운송수지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식재산권 사용료 수지 악화 등으로 전년 동월(22억6000만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다소 늘었다.

3월 여행수지는 5억7000만달러 적자로 지난해 3월보다 개선됐다. 중국인, 일본인을 중심으로 한 입국자 증가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같은 기간 운송수지는 3억달러 적자로 전년 동월(4억1000만달러 적자)보다 개선됐다.

임금·배당·이자 등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지급 감소 여파로 적자 규모가 7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월(12억9000만달러)보다 축소됐다. 이전소득수지는 5억7000만달러 적자였다.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61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 해외투자와 외국인 국내투자가 각각 47억달러, 10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55억8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가 11억3000만달러 각각 늘었다. 파생금융상품은 5억3000만달러 확대됐다.

외환보유액에서 환율 등 비거래요인을 제거한 준비자산은 14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금융시장에서는 4월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배당 지급이 몰리는 만큼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국내의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출의 경우 10월까지는 지난해의 부정적인 기저효과가 갈수록 커진다"며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는 전년 동기 대비 수출 감소폭이 줄어들겠지만 4분기께는 돼야 개선세가 조금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산업분석팀장은 "세계 경제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수출 경기가 더 악화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출 향배를 좌우하는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서도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전체 수출의 20%, 국내총생산(GDP)의 8%에 달한다"며 "상반기 내내 미중 무역 갈등과 반도체 업황 부진에 시달린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껏해야 2%를 조금 넘을 전망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협상이 어긋날 경우 경제성장률은 2% 밑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