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협상 결렬 우려
외국인, 최근 10일간 1.7兆 선물 순매도
[ 임근호/강영연 기자 ] 미·중 무역 협상 결렬 우려에 7일 국내 증시가 1%가량 하락했다. 전날 휴장으로 하루를 건너뛴 까닭에 충격은 상당 부분 무뎌졌다. 하지만 오는 9~10일 미·중 무역 협상이 최종 단계에 들어서는 만큼 시장의 경계감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중 무역협상 악재에 짓눌린 증시
이날 코스피지수는 19.33포인트(0.88%) 내린 2176.99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8.37포인트(1.10%) 하락한 753.45로 거래를 마쳤다.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소식도 있었지만, 막바지에 이른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눌렀다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0일 대(對)중국 관세를 올릴 수 있다고 강경 발언을 하면서 시장의 불안이 커졌다”고 말했다.
중국 무역대표단이 예정대로 9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하기로 하면서 우려는 한층 줄었으나 투자자의 경계 태세는 계속되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협상 전략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지만 쉽게 낙관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3046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이 최근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순매도를 보인 것도 충격에 대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외국인은 지난 열흘간 유가증권시장에서 532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매수 행진을 이어갔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200 선물을 1조725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투자자들 “일단 쉬자”
국내 투자자들도 주식형 펀드에서 돈을 빼 채권형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 등 비교적 안전한 투자상품으로 옮기고 있다. 시장이 불안해지자 올해 초 상승 랠리가 이어질 때 거둔 수익이 남아 있을 때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2조175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수익률은 나쁘지 않다. 올해 수익률은 9.15%로 1년 수익률(-11.57%)과 2년 수익률(1.75%)을 크게 앞섰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강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 투자자들의 환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채권형 펀드에는 올 들어 5조2163억원, MMF엔 15조9355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왔다. 해외 투자 펀드에서도 주식형에서는 올해 1조3626억원이 빠져나갔지만 채권형에는 7799억원이 들어왔다. 수익률이 높은 중국(28.83%)과 미국(19.24%) 주식 펀드의 설정액 감소 규모가 컸다.
아직까진 낙관론 우세
증권업계에선 아직 미·중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협상 기간이 늘어날 순 있지만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10일까지 협상이 타결되거나 25% 관세 부과를 유예하면서 협상이 연장될 가능성을 여전히 50%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악재가 반영되면서 코스피지수가 올해 6.7%밖에 오르지 못한 만큼 주식 비중을 지나치게 줄여선 안 된다고 말한다.
글로벌 주요국 증시 가운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만큼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되면 다른 지역에 비해 상승속도가 빠를 것이란 분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 증권 연구원은 “경기와 기업 실적이 바닥을 찍고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오히려 외부 요인으로 조정받았을 때 주식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강영연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