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아이템 '웨딩북'
[ 배태웅 기자 ]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음식 배달과 부동산 구매, 심리상담까지 가능한 시대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결혼 시장이 대표적이다. 예식 시장과 관련한 데이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금장사’를 선호하는 업계 관행 탓에 가격 정보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가격이 괜찮은 업체를 찾으려면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웨딩북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플랫폼 중개 방식으로 해결했다. 업체들이 가격을 제시하면 이를 스마트폰으로 비교하고 방문을 예약할 수 있다. 결혼식의 필수 요소인 예식장과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는 물론 신혼여행, 한복, 예단, 청첩장, 부케, 전세버스 등 20여 개 항목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핵심은 이용자들이 남긴 후기다. 업체들이 사용하는 매출관리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연동해 결제한 사람들만 후기와 평가를 남길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적합한 업체를 추천한다. 이용자 만족도가 높은 이유다. 예식장과 스드메 항목에 이용자들이 남긴 후기는 8만 건, 웨딩북 전체 회원은 16만 명에 달한다. 매년 예비 신혼부부로 분류되는 25만 쌍 중 30% 이상이 웨딩북으로 유입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웨딩북 운영사인 하우투메리는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서울 지역 200개 이상의 웨딩 관련 업체에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보급했다. 웨딩업체들은 소규모가 많아 대부분 매출을 수기로 작성하거나 엑셀 등으로 관리해 왔다. 하우투메리는 ERP를 월 5만원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보급해 결혼 준비와 일정 관리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ERP 도입 후 웨딩업체들도 예식장 공실 관리와 마케팅이 더 간편해졌다는 설명이다.
2014년 설립한 하우투메리는 지난 2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티비티(TBT), 산업은행, SV인베스트먼트 등에서 100억원을 투자받았다. 웨딩 시장의 불투명한 가격, 업체들의 정보 독점 문제를 해소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이 회사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158억원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