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ABC
[ 윤희은 기자 ]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기업형 벤처캐피털). 대기업이 출자한 벤처캐피털(VC)을 뜻한다. 미국 중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VC의 한 형태다. 모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보탬이 되도록 투자 포트폴리오를 짠다는 게 VC와의 차이점이다.
대기업이 CVC를 별도로 두는 이유는 인수합병(M&A) 후보군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VC 활동을 통해 우량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현황을 점검하다가 사업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M&A에 나서는 식이다. 기술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스타트업들도 CVC의 투자를 환영한다. 금전적 지원 이외에 투자자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구글 CVC인 구글벤처스의 투자를 받으면 구글의 네트워크에 올라타 신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세계 CVC 투자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2014년 184억달러(약 21조5000억원)이던 세계 CVC 투자 규모는 지난해 530억달러(약 61조9700억원)로 증가했다. 4년 사이 시장 규모가 세 배로 커졌다. CVC의 투자 건수는 2740건에 이른다.
CVC 투자 분야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미국이다. 글로벌 CVC ‘톱3’가 모두 미국 업체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구글벤처스, 세일즈포스닷컴의 세일즈포스벤처스, 인텔의 인텔캐피털이 투자액 기준 1~3위를 기록 중이다. 중국 역시 CVC 투자가 활발한 편이다. 바이두의 바이두벤처스, 레전드홀딩스의 레전드캐피털이 세계에서 각각 네 번째, 다섯 번째로 투자 규모가 큰 CVC다.
국내 CVC 시장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협소하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CVC를 운영할 수 없다. 지주사가 아니라 일반기업이 CVC를 운영하고 있지만 투자 규모가 큰 곳이 드물다. 그나마 카카오의 카카오벤처스가 세계 CVC 투자 규모 8위를 기록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업계에선 CVC 투자와 관련된 금산분리법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일반 지주회사의 CVC 설립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CVC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