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몰린 야구 예금으로 보는 가을야구 예상도…우승은 두산? SK?

입력 2019-05-07 15:17
수정 2019-05-08 00:57
신한 정기예금 7주만에 소진
고객 선택 구단 PO 진출하면
우대금리 합쳐 최고 年 3.0%



롯데자이언츠 팬인 김대환 씨(34·직장인)는 요즘 신한은행의 KBO 야구예금을 놓고 어느 팀에 ‘베팅’할지 고민이다. 자신이 고른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좋은 성적을 내야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자신이 응원하는 롯데 구단 예금을 선택했다가 두 번 ‘상처’를 받았다. 롯데가 정규 시즌 7위에 머무르면서 기본금리 연 2.0%를 받는 데 그쳤다. 김씨는 “롯데를 20년째 응원하고 있지만 재테크 측면에서는 ‘확률 싸움’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가을야구에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SK와이번스 예금에 들고 싶은 마음과 ‘팬심’ 사이에서 갈등 중”이라고 말했다.

응원하는 팀의 성적에 따라 금리를 차등해서 주는 야구 예·적금에 올해 3조원가량의 돈이 몰릴 전망이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만큼 가입 비중은 곧 프로야구 팬들이 그리는 ‘가을 야구 예상도’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올해 가입자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두산베어스와 SK와이번스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 프로야구 정기예금 계좌 수 8만여 개

신한은행은 프로야구 개막일인 지난 3월 12일 출시한 ‘2019 신한 마이카 프로야구 정기예금’이 약 7주 만에 조기 소진됐다고 7일 밝혔다. 2조원 한도로 출시한 예금이 금방 마감되자 신한은행은 지난 3일 이 상품 한도를 1조원 더 늘렸다. 이날 기준 개설 계좌 수는 총 8만1346개, 잔액은 2조1358억원에 달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프로야구 열기가 이어지면서 상품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응원하는 재미와 재테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 연 2.0%에 가입자가 선택한 구단의 가을야구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얹어준다. 포스트 시즌 진출 시(연 0.2%포인트), 한국시리즈 진출 시(연 0.3%포인트), 한국시리즈 우승 시(연 0.5%포인트) 추첨을 통해 단계별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총 1.0%포인트의 ‘행운’을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우승할 만한 구단을 잘 골라 가입하면 최고 연 3.0%까지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다. 300만원(비대면 가입 시 50만원)부터 1억원까지 1년 만기로 가입 가능하다.

야구 팬 사이에선 어느 구단이 더 많은 선택을 받느냐를 놓고 신경전도 벌어진다. 가입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을 점치는 팬이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현재 계좌 비중이 가장 높은 구단은 두산(59.9%)이다. 10명 중 6명꼴로 두산의 우승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본다는 얘기다. 2위는 20.8%를 차지하고 있는 SK다. 이어 기아(5.8%), 한화(3.4%), LG(3.4%) 순이었다.

삼성라이온즈·롯데자이언츠·NC다이노스·키움히어로즈·KT위즈는 점유율이 미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5개 구단을 합친 가입자 비중은 6.6%에 그쳤다. 두산 예금에 가입한 정수호 씨(31·직장인)는 “부서 직원들끼리 어느 팀 예금에 들었는지가 화제였다”며 “절대적인 팬 수의 차이도 가입자 비중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돈이 걸린 재테크이기 때문에 실리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두산·SK팬 올해 재테크도 웃을까

실제 올해 프로야구 성적은 어떨까. 7일 현재 SK가 간발의 차로 두산을 앞서고 있다. SK는 25승 1무 11패로 1위, 두산은 26승 12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정기예금 가입자 비중으로 3, 4위인 기아와 한화는 각각 8위, 6위를 기록 중이다. 가입자 기준 5위인 LG는 3위에 올라 있다.

두산과 SK는 지난해에도 우승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두산은 정규 시즌 우승을, SK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각각 차지했다. 지난해 총 8만7721개 계좌, 2조185억원어치가 판매된 ‘신한 KBO리그 정기예금’ 역시 두산(61.8%), 기아(21.5%), SK(4.5%) 순으로 가입 비중이 높았다. 한도 소진 후 작년 8월 추가로 판매된 ‘신한 마이카 KBO리그 정기예금’은 두산이 우승권에 가까워지면서 두산 가입자 비중이 92.5%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재테크도 두산과 SK 팬들의 ‘잔치’였다. 정기적금은 두산 가입자가 최고 연 2.95%의 금리를 받았고, 정기예금은 SK 가입자가 연 2.3%로 가장 높은 금리를 가져갔다. SK보다 비중이 높았던 기아 가입자들은 연 2.1%의 금리를 받았다.

정지은/정소람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