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무풍지대' 생리대 시장 흔드는 신생기업

입력 2019-05-07 11:33
산업리포트

입는 생리대·면 생리대 등
화학물질 없고 활동할 때 편해
불편 해소·안전에 초점 맞춰


[ 심성미 기자 ]
국내 생리대 소비자는 1231만 명(가임여성 인구 기준)에 달한다. 이들이 매달 구입해야 하는 필수재인 생리대의 시장 규모는 연간 5000억원대로 추정된다. 규모에 맞지 않게 생리대 시장은 대표적인 ‘혁신 무풍지대’로 손꼽힌다. 소재가 바뀐 것을 빼면 종류도, 제조회사도 그대로다.

유한킴벌리가 1975년 국내에 최초로 내놓은 접착식 일회용 생리대가 시장을 쥐락펴락한다. 소재나 형태가 계속 변해오긴 했지만 냄새, 가려움, 비활동성 등 불편을 완전히 해소해 주진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몇 개 기업이 독식해온 시장인 데다 제품이 어떻든 살 수밖에 없는 필수재라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들어 이 시장에 작은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생리컵, 면생리대를 비롯해 입는 생리대 등 아이디어 상품이 잇따라 시장에 나오면서다. 여성들의 선택권도 넓어졌다. 2017년 말 불거진 ‘생리대 화학물질 파동’ 여파로 기존 업체들의 매출은 완연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입는 생리대’ 나왔다

최근 여성용품 시장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제품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단색이 선보인 입는 생리대 ‘논샘 팬티’다. 이 제품을 착용하면 따로 생리대를 쓰지 않아도 된다. 황태은 단색 대표는 “피부가 예민해 시중 생리대를 사용할 때 질염이나 아토피로 많이 고생했다”며 “‘평소 입는 팬티가 생리대 역할까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혈이 샐 걱정이 없어 활동하기 편하다는 점이다. 일반 생리대에 붙어있는 흡수체도 없다. 황 대표는 “폴리에스터와 면, 폴리우레탄 등을 조합해 만든 특수 원단으로 흡수·건조력을 높였다”며 “중형 생리대와 흡수량(25~35mL)이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2017년 10월에 출시된 이 제품은 지난해 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약 30억원이다.

생리컵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생리컵은 의료용 실리콘으로 제작한 컵 모양의 제품으로 체내에 직접 삽입해서 사용한다. 접착제 등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해 생리통 감소에 효과가 있고, 제품을 한 번 구매하면 수년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율이 높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생리컵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6월부터 헬스·뷰티(H&B)스토어 편의점 등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H&B스토어 랄라블라 여성용품 판매 순위에서 3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편의점서 50%는 유기농 제품 구매

2017년 생리대 파동 이후 친환경 생리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2014년 편의점 CU에서 판매된 생리대 중 순면유기농 제품 비중은 2.8%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1~4월 판매량에서는 일반 생리대 비중이 53.1%, 순면유기농 비중이 49.9%로 격차가 크게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4분기 친환경 생리대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7.0% 증가했다.

아예 빨아쓰는 면 생리대로 갈아탄 소비자도 많다. ‘한나패드’로 면 생리대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는 지앤이바이오텍은 지난해 92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3년 전에 비해 3.2배 성장한 것. 화학물질이 포함된 일반 시중 생리대를 사용할 때보다 가려움증과 생리통이 줄어든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점유율 하락 고민하는 선도업체들

시장을 독점했던 기존 회사의 아성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2017년 말 국내 유통 중인 대부분 생리대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되면서 불거진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탓이다.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VOCs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이 났지만 시중 생리대는 위험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키진 못했다. 위스퍼를 생산·유통하던 업계 4위 한국P&G는 아예 지난해 말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유해 생리대 논란의 중심에 있던 깨끗한나라의 점유율도 2017년 약 14%에서 올 1월 5.5%로 떨어졌다. 물티슈와 기저귀 등 유사제품 역시 판매량이 줄면서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3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가 불어나면서 결국 지난 3월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줄이는 감자(자본감소)를 단행하기도 했다. 1위 업체인 유한킴벌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생리대 파동 전인 2016년 대비 각각 11%, 35% 감소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