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너무 좋은 게 원인인 듯 합니다.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으로 “금요일(10일)부터 2000억달러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올리고, 3250억달러에 대해서도 조만간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배경 말입니다.
△1분기 성장률 3.2%(연율) △4월 실업률 3.6% △물가 2% 이하 등 미국 경제는 ‘골디락스’ 상태입니다.
뉴욕 증시도 사상 최고가를 다시 경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신을 괴롭히던 ‘러시아 내통 스캔들’ 조사도 흐지부지 끝날 판입니다.
이러니 여유가 생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협상카드를 꺼내든 것일 수 있습니다.
또 중국이 정말 협상에서 후퇴했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도 1분기 경기가 조금 살아났기 때문입니다.
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다우 기준으로 500포인트 근처까지 폭락하다 회복해 결국 66.47포인트(0.25%) 내린 26,438.48로 마감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45%, 나스닥 지수는 0.50% 하락했습니다.
이날 증시 회복은 월가가 트럼프의 트윗을 협상카드로 분석한 때문입니다. 이날 아침 CNBC와 인터뷰에 나선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도 “협상 과정은 거칠 수 있다. 하지만 타결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중국 정부도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협상단을 예정대로 8일 수요일에 미국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월스트리트가 미·중 협상이 결국 타결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첫번째.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뉴욕 증시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자신의 경제적 업적을 주가지수로 판단합니다.
시장이 폭락할 수 있는 협상 결렬은 피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혹시 배짱을 부리다가도 작년 말처럼 폭락하면 다시 협상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봅니다.
두번째. 내년 11월이 미국 대선입니다. 무역협상 타결 없이 ‘골디락스’ 경제가 지속될 수 없고, 그런 경제 없이는 재선이 쉽지않다는 점에서 늦어도 대선 전까지는 타결할 것으로 관측합니다.
하지만 타결까지의 시간이 문제입니다.
월가에선 단기설, 장기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단기설은 이번 트윗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타결 직전의 압박용이라고 해석합니다.
조금 더 기다리면 목요일 혹은 금요일 아침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트윗으로 “중국이 성실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 타결이 한층 가까워졌다. 관세율 인상을 미루겠다”고 밝힐 것이란 설입니다. 그런 뒤 당초 예상처럼 6월말 일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 타결한다는 것이죠.
두번째, 장기설은 지금 미국 경제가 무역갈등 여파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만큼 내년 대선 전까지 계속 압박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에 대한 보험으로 미 중앙은행(Fed)을 압박해 금리를 1%포인트 내리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시간을 끌 것으로 보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사이에 “지금처럼 중국과 ‘미봉책’으로 합의해선 안된다”는 여론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 26일 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헤지 펀드 헤이먼캐피털의 카일 배스는 CNBC방송에서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과는 공존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습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중국과 진정으로 대결을 하고 있는 최초의 미국 정부인데, 월가와 미국 기업들은 ‘중국과 합의하라’며 중국측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폭스뉴스의 앵커인 로라 잉그램은 어제 트럼프 트윗을 리트윗하면서 “트럼프에 의한 최고의 결정이다. 과거 어떤 미국 대통령도 중국의 도전에 이렇게 맞설 배짱을 가진 이가 없었다”고 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트윗을 다시 리트윗했습니다. 그만큼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겁니다.
협상이 장기화되면 미 증시는 합의 때까지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