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 경영
[ 김재후 기자 ]
SK그룹은 어려운 경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이와 함께 최태원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행복경영’을 통해 구성원들의 자발적 행복 추구가 경영 성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주사인 SK(주), 새 비즈니스 모델 구축
SK그룹 경영진은 새로운 비즈니스 확보를 위해 연초부터 세계 현장을 찾아다니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과 3월 보아오 포럼에 참석해 사회적 가치를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SK 주요 관계사들은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 2019’에 모빌리티 관련 공동 부스를 마련해 주목받았다.
그룹 주요 회사들은 적극적인 글로벌 투자로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사업형 지주회사인 SK(주)는 지난해 7월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 앰팩 인수를 결정했다. 바이오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SK바이오텍은 고부가가치 원료 의약품을 생산해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월 유럽 32개국에 5억달러를 받고 뇌전증 신약 기술을 수출했다.
SK(주)는 이와 함께 에너지 절감 솔루션으로 각광받는 스마트 글라스 시장에도 진출했다. SK(주)는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스마트 글라스 생산업체 키네스트랄에 1억달러(약 1100억원)를 투자했다. 색과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글라스는 단열효과가 좋아 에너지 소비량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 사회적 가치와 생활편의를 높이는 혁신제품으로, SK는 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SK(주)는 지난 3월 미국의 천연가스 채집·가공(G&P) 회사인 블루레이서 미드스트림에도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를 투자했다. 브라조스, 유레카 미드스트림 등에 이어 G&P 투자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이노베이션·하이닉스는 기술력 향상
SK그룹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성장 △기술 리더십 △환경 이니셔티브 등 세 가지가 중점 추진 사항이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기술력을 높이고 비용 절감에 대한 역량 강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유럽에 제2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해 945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헝가리 코마롬에서 올해 상반기 착공해 2022년부터 본격적인 양산과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 말엔 △서산공장 △헝가리 코마롬 △중국 창저우 △미국 조지아주 등에 세계적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2013년부터 연구개발(R&D)에만 매년 1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고객이 요구하는 고품질 고사양의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SK하이닉스는 특히 반도체 공장이 있는 이천·청주 지역에 ‘스마트 에너지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예상 투자액은 1조6800억원이며, 건설 기간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다. 스마트 에너지센터 건설은 생산시설이 증가하면서 전력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을 대비한 투자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용인지역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에 120조원 규모를 투자해 반도체 팹(FAB) 4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은 올해 5세대(5G) 서비스를 본격 전개하고 미디어, 보안, 커머스 중심의 새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5G 서비스는 5G 스마트폰 출시에 맞춰 수도권 및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디어 사업은 ‘옥수수’와 ‘푹’을 통합해 글로벌 플랫폼으로 육성하고, 미국 최대 규모 지상파 방송사 싱클레어와 손잡고 미국 차세대 방송 솔루션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SK의 변화는 최 회장이 직접 이끌고 있다. 최 회장은 구성원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행복토크’를 올해 100회 이상 할 목표를 세웠다. 이미 40회 안팎을 진행했다. 최 회장은 올해 SK 신년회에서 “다음 세대의 행복을 더 키워가는 일을 하려면 SK가 건강한 공동체가 돼야 한다”며 “건강한 공동체의 척도가 사회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