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오류 사전에 알았나…의혹 키운 코오롱

입력 2019-05-05 18:18
파문 커지는 인보사 사태

최근 알았다는 기존 입장 번복
국내 허가보다 4개월 빠른
2017년 3월 성분오류 첫 인지


[ 박상익 기자 ]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성분이 뒤바뀐 것을 국내 판매허가를 받기 전에 이미 인지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판매·유통을 맡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달 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주요 성분이 인간 유래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전격 판매 중지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뒤늦게 성분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던 회사 측 주장과 배치되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 허가 철회 등 초강경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자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피해보상소송 움직임까지 본격화되고 있다.

“2년 전 성분 바뀐 사실 인지”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인보사 개발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의 수탁생산업체가 2017년 3월 생산 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STR 검사에서 주요 성분이 신장세포에서 유래된 것으로 확인하고 생산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STR은 특정 유전자의 기원을 알 수 있는 유전학적 계통검사다. 바이오의약품 수탁생산업체들은 세포 혼입 등을 확인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생산 전에 STR 검사를 한다. 당시 스위스 론자는 코오롱티슈진의 미국 임상에 쓸 시약 생산을 위해 STR 검사를 했다.

이 사실은 기술수출 계약금 반환 소송을 벌이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다나베파마가 관련 내용을 소송에 추가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미쓰비시다나베파마는 2016년 11월 인보사의 일본 판권을 5000억원에 사들였으나 코오롱 측이 시약 생산업체 등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 뒤 계약을 취소했다. 또 계약금(262억원)을 돌려달라며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소송을 제기했다.

코오롱 측은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검사법에 맞춰 제품을 조사하던 중 새 물질이 들어간 사실을 올초에야 알았다고 그동안 해명해왔다. 연골세포와 함께 이 세포가 잘 자라도록 돕는 연골유래세포가 들어가야 하지만 실제는 신장유래세포가 들어갔다는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코오롱티슈진이 주요 성분이 다른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음에도 후속 조치가 없었던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식약처는 왜 몰랐나

코오롱티슈진이 주요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인지한 것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시점보다 4개월 빨랐다. 인보사는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식약처가 성분 오류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식약처는 인보사 허가 당시 론자의 STR 검사 결과를 제출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충주공장에서 만든 제품으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론자의 STR 검사 결과를 알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인보사 성분 오류 관련 조사에서 STR 검사와 관련된 경위도 추가로 파악하기로 했다. 5월 중 자료 조사와 실사를 마친다는 계획이지만 최종 조치 시점은 미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2년 전 STR 검사 결과에 대한 경위도 최종 발표에 포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단소송 움직임 본격화

코오롱생명과학은 6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3707명의 인보사 투여 환자에게서 이렇다 할 부작용이 없는 만큼 성분 이름을 바꿔 국내에서는 허가 변경을 하고 미국에서는 임상 3상을 재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년 전 인지 사실이 밝혀진 만큼 국내 판매허가 반납 등의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내부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 측이 도덕적으로도 큰 흠집을 입게 된 만큼 사태 해결을 위한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식약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존 입장을 바꾸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보사를 처방받은 환자와 투자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환자 100여 명이 공동소송을 문의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은 구체적인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라며 “정확한 정보를 알았더라면 지출하지 않았을 인보사 약값에 상응하는 재산적 피해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관련 공시에 허위나 거짓이 있었는지를 파악한 뒤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