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그녀 리더십'의 비밀

입력 2019-05-05 17:26
수정 2019-05-10 11:28
박미경 <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mkpark@forcs.com >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리더에게 새로운 자질을 요구하고 있다. 가부장적인 리더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리더로 바뀌어가고 있다. 공감과 소통 능력이 뛰어난 리더가 구성원들과 탄탄한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그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조직의 성과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리더의 유형을 단순히 성별로 구분 짓기는 힘들지만 다원화된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의 모습으로 감성과 공감 능력에서 앞서는 ‘여성 리더십’이 종종 회자된다. 물론 현실에서는 여성의 부드러운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지 않다. 30년 넘게 제조업을 운영하며 열정 하나로 성공을 이뤄낸 여성 대표 한 분을 얼마 전 만났다. 시련과 역경 속에서 기업을 일군 그 경영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동과 동시에 놀라움을 느꼈다.

기업을 운영하며 자금난에 시달려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도 피해갈 수 없었던 자금난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었다. 직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밖에 나가서 통화하며 자금을 융통하려고 전전긍긍하기를 여러 날, 한 직원이 다가와 모든 직원이 참여해 만든 현금카드를 내밀었다. 그 카드로 마이너스 대출을 받으면 당장 힘든 자금난은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는 직원들의 마음에 가슴이 뜨거워졌고 뭉클한 그 무엇도 느꼈다. 그는 직원들의 마음만을 소중히 받고 함께 노력해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다.

조직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힘든 상황도 있었다. 임원부터 팀장, 실무 레벨까지 몇 차례 회의를 거치며 생산할수록 적자라는 결론을 내렸고 직원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회사 대표로서 너무나 가슴 아픈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 순간에도 직원들은 스스로 불필요한 업무를 정리해 나갔다. 일부 떠나야 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그들 또한 회사를 응원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혹시 모를 부당해고 주장을 고민해야 하는 보통의 기업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어려운 시기에 직원들을 한마음으로 만든 그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원들과 똑같이 생산라인에서 일하며 문제점을 찾아냈다. 때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며 회사의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을 직원들과 함께 마련했다.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고민하는 것이 직원들과 소통하는 최선의 방식이었고, 그의 확신과 열정은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전달됐다.

한 가족처럼 일하는 조직문화를 일군 점도 크게 기여했다. 직원들이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구내식당 식재료를 엄선하고, 매년 된장과 간장을 직접 담가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에게는 어머니 같은 따뜻한 리더십이 있었다. 우리 시대 진정한 리더십의 비밀은 뭘까. 이 여성 대표처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것이 여성 리더들의 성공 노하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