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 과속' 후유증…태양광 사업 돈 풀리자 비리도 급증

입력 2019-05-03 16:42
태양광 비리 2년여간 42건

시설·운영업체서 거액 뇌물 받고
가족 명의 발전소 운영하다 적발


[ 최진석 기자 ] 최근 2년여간 태양광 사업 관련 비리가 원전 분야보다 열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탈(脫)원전’을 추진하면서 태양광 사업 육성에 적극 나서자 이런 분위기를 타고 관련 비리 건수도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각각 제출받은 ‘2017~2019년 태양광(한전)과 원자력(한수원)의 징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7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태양광 관련 비리가 모두 42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해임·정직에 해당하는 중징계는 23건이었다. 2년여간 태양광 비리가 매달 한 건 이상 발생한 것이다. 같은 기간 한수원의 원전 비리는 중징계 세 건을 포함해 네 건이었다.

태양광 비리의 형태도 다양했다. 한전에 따르면 광주전남본부 소속 A씨는 선로 용량이 필요한 태양광발전 시설 및 운영업체 관계자들로부터 1억원 이상을 받았다가 광주지방법원에서 징역 5년, 벌금 1억원,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회사는 A씨를 해임했다. 가족 명의를 앞세워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한 사례도 많았다. 전북본부 소속인 B씨는 자녀 명의로 민간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다가 적발됐다. 태양광발전소의 실소유자였던 그는 허위로 ‘농사용 전기 증설 신청’을 해 한전이 접속 공사비 15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대구본부 C씨는 회사 전력계통에 연계가 불가능한 태양광발전소를 ‘연계 가능’으로 처리하는 등 기술검토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하다 징계를 받았다.

태양광 비리가 급증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이 분야에 많은 돈이 풀리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6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민간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구입비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한전의 민간 태양광 전력 구입비는 2017년 3106억원에서 지난해 6020억원으로 3년 만에 두 배로 불어났다. 이종배 의원은 “지나친 신재생에너지 퍼주기가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고 ‘태양광 마피아’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