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액 5년 만에 '반토막'
올 평균 수익률 9% 선방에도
일반주식형보다 더 빠르게 유출
[ 최만수 기자 ]
200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어린이펀드’가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5년 새 설정액 규모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예년에는 명절이나 가정의 달인 5월이 되면 가입 문의가 부쩍 늘었지만 요새는 그마저 뚝 끊겼다. 자녀의 대학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장기투자하는 상품이지만 세제 혜택에서 일반 펀드와 차별점이 없어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정액 5년 새 60% 급감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22개 어린이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2일 기준)은 9.19%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8.68%)보다 0.51%포인트 높았다. 5년 수익률도 13.64%로 주식형 펀드(11.20%)를 앞섰다.
개별 펀드로는 ‘미래에셋우리아이친디아업종대표’의 3년 수익률이 44.59%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IBK어린이인덱스(22.57%)’ ‘KB사과나무(20.47%)’ ‘신한BNPP엄마사랑어린이적립식(19.83%)’ ‘NH아문디아이사랑적립(16.57%)’ ‘신영주니어경제박사(11.80%)’ 등도 10% 이상 수익을 냈다.
반면 ‘대신대표기업어린이적립(-10.06%)’ ‘키움쥬니어적립식(-2.24%)’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현대키자니아어린이(3.24%)’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3.93%)’ ‘한국투자한국의힘아이사랑적립식(4.92%)’ 등도 3년 수익률이 5%에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을 냈다.
공모펀드 시장 침체와 함께 어린이펀드에서도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어린이펀드 설정액은 5년 전 1조6118억원에서 현재 6421억원으로 60.16% 급감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8.45%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어린이펀드의 출혈이 훨씬 컸다. 절반이 넘는 13개 펀드는 설정액이 100억원 밑으로 떨어져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장기가입자 세제 혜택 줘야”
어린이펀드는 수익률만 기대하고 가입하는 상품은 아니다.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필요한 목돈을 마련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와 투자 개념도 길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펀드를 활용해 증여세를 줄일 수도 있다. 세법상 미성년인 자녀 이름으로 가입한 펀드는 만 18세까지 10년간 2000만원(원금기준)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모들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제 혜택과 수수료 면에서 일반 펀드와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수수료가 낮은 상장지수펀드(ETF)나 직장인이 돼서도 활용할 수 있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활용하는 부모들이 점점 늘고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일반 펀드와 비교했을 때 차별점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어린이펀드는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가입하는 상품인 만큼 추가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가입 대상을 확실히 어린이로만 한정한 뒤 장기 가입자에 한해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세를 면제해주면 어린이펀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교육·해외탐방 부가혜택
자산운용사들은 어린이펀드 가입자에게 경제교육, 체험활동, 해외탐방캠프 등 여러 부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삼성자산운용은 ‘착한아이예쁜아이’ 펀드 가입 고객에게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운용보고서를 보내준다.
학부모와 어린이를 위한 경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펀드 블로그도 운영한다. NH아문디자산운용 아이사랑적립 펀드는 연 2회 추첨을 통해 미국 일본 등 주요국 금융도시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