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아시아나항공·금호타이어 '노심초사'

입력 2019-05-03 16:35
'경영상 위기' 인정받아
2심에서 승소했지만
大法서 뒤집힐 가능성


[ 강현우 기자 ] 대법원이 통상임금 사건에서 잇따라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을 배제하는 판결을 내리자 기업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2심에서 ‘경영상 위기’를 인정받았던 현대중공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은 대법에서 판결이 뒤집힐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사건을 이르면 이달 판결할 예정이다. 이 회사 근로자 10명은 2012년 회사를 상대로 “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에 넣어 다시 산정한 연장근로수당 등을 소급해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소송 결과를 근로자 전원에게 적용하기로 노사가 합의한 대표소송이다.

1심 법원은 현대중공업의 2년간 누적 손실이 3조원 규모였던 2015년 “소송 제기 시점인 2012년 순이익이 1조296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청구를 인정해도 경영상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고 630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단이었다.

반면 2016년 1월 2심 법원은 판결 시점을 기준으로 “조선업종 불황에 따른 경영상 위기에 해당한다”며 신의칙을 적용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심과 2심이 경영상 위기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을 각각 다르게 잡아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미포조선, 아시아나항공, 두산모트롤, 금호타이어 등도 현대중공업과 비슷하다. 1심에선 신의칙 부정(기업 패소), 2심에선 신의칙 인정(기업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하급심 판결들은 신의칙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추가수당이 인건비에서 차지하는 비중, 현금성 자산, 이익잉여금, 주주배당금 등을 임의로 추가해 비판받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신의칙을 판단할 때는 근로자가 기존의 노사 합의를 깨고 제소했다는 점도 중요하게 봐야 하는데 법원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만 매달려 무리한 판결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신의칙 적용을 사실상 배제하면서 기업들은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직원 450명 이상 기업 중 통상임금 소송을 하고 있는 35개 기업이 모두 패소하면 8조3673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450명 미만 기업까지 더하면 기업들의 부담액은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