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12년 만에 집단 삭발…'경부선 벨트' 장외투쟁

입력 2019-05-02 17:41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 항의"
김태흠 등 4명 국회서 삭발식


[ 고은이 기자 ]
자유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해 12년 만에 집단 삭발식을 열고 본격적인 장외 투쟁에 돌입했다.

김태흠·이장우·윤영석·성일종 의원 등 한국당 의원 4명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추진한 것에 항의하며 2일 국회 본관 앞에서 집단 삭발식을 열었다. 한국당 의원들의 집단 삭발 투쟁은 2007년 한나라당 시절 이군현 전 의원 등 원내부대표단이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며 삭발한 후 12년 만이다.

김태흠 의원은 “불법과 야합으로 선거법 등을 패스트트랙에 태운 의회민주주의 폭거에 삭발 투쟁으로 항의하고자 한다”며 “오늘 삭발식이 불씨가 돼 문재인 좌파 독재를 막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앞으로 2~3차에 걸쳐 릴레이식 삭발 투쟁을 한다는 계획이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이날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등 경부선 벨트를 훑으며 패스트트랙 지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국민의 삶을 볼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좌파 독재의 수명을 연장할 궁리만 하고 있다”며 “악법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정상적인 국정운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가 청와대 담장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3일엔 호남선을 따라 광주와 전북 전주에서 장외 집회를 진행하고 4일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한다. 국회 밖에서 대국민 여론전을 강화해 패스트트랙 정국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당은 과거 야당 시절 강력한 장외 투쟁을 펼쳐 승리를 맛본 경험이 있다.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사학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장외 집회를 4개월간 벌였고, 결국 입법을 무산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장외 집회를 비판하며 ‘국회 정상화’ 압박을 지속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민생을 챙기는 길은 장외가 아니라 국회 안에 있다”며 “한국당의 속내는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한국당은 이제라도 개혁을 위한 논의에 함께하라”고 말했다.

이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없이는 대화가 어렵다”며 “지금이라도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