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상화폐로 결제하는 대형 푸드코트 생긴다

입력 2019-05-01 18:27
수정 2019-05-02 18:48
육그램·월향, 내달 강남에 레귤러식스 개점
바코드만 찍으면 코인 결제돼


[ 윤희은 기자 ] 일상생활 속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의 또 다른 실험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진행된다. 축산유통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그램과 외식기업 월향이 손잡고 다음달 1일 개점하는 블록체인 푸드코트 ‘레귤러식스’다. 가격 변동성과 느린 처리속도라는 가상화폐의 고질적 약점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관건이다.

“결제 속도, 신용카드와 비슷할 것”

레귤러식스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강남N타워의 지하 2층에서 개점한다. 규모는 3300㎡(약 1000평)다. 입점하는 업체는 월향과 육그램에서 운영하는 주점, 고깃집, 횟집 등 6개다.

육그램은 레귤러식스 내 가상화폐 거래방식을 두고 협약사들과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근 육그램 대표는 “그동안 가상화폐를 실생활에 적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며 “우리는 무엇보다 가상화폐 결제 과정이 편리해야 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레귤러식스 매장 내 가장 유력한 방식은 바코드 결제다. 소비자는 가상화폐거래소 지갑에 두고 있는 가상화폐를 이동시키거나 온라인 선불카드 구입을 통해 레귤러식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포인트를 결제 플랫폼에 충전한다.

코인을 사용할 때는 스마트폰 액정에 바코드만 띄우면 된다. 매장에서 전용 리더기로 코드를 읽으면, 바로 결제된다. 레귤러식스에서 사용할 코인은 ‘템코’ 등 기존 가상화폐가 될 수도 있고, 육그램 측에서 제안을 채택할 수도 있다.

템코·페이민트 등 참여

레귤러식스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블록체인 기업과 거래소도 다수 참여한다.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블록체인 기업 템코, 카카오페이 등을 개발한 페이민트가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다.

열 곳 남짓한 가상화폐 거래소도 이 프로젝트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레귤러식스 프로젝트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의 ‘마지막 실생활 적용 테스트’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업 다수가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해온 블록체인 오프라인 결제 시도가 줄줄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2017년 가상화폐 결제를 도입했다가 끝내 외면받은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의 ‘고투몰’이 대표적이다. 당시 소비자들은 느린 결제속도와 가격 변동성 문제 탓에 가상화폐 결제를 기피했다.

레귤러식스는 이 같은 실패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동일한 결과를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표는 “가상화폐로 결제하면 신용카드 회사 등 중간 거래자에게 나가야 하는 수수료를 줄일 수 있어 그만큼 가격이 더 저렴해진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마땅한 결제 시스템이 없어 실제 적용에 문제를 겪어왔다”며 “간편결제 방식으로 가상화폐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세는 특정 일과 특정 시간을 주기적으로 정해 그에 맞춰 거래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귤러식스 개점 초기에는 가상화폐 결제 고객에게 포인트를 더 적립해주는 프로모션도 진행할 예정이다.

레귤러식스에 입점하는 ‘육그램 인공지능(AI) 에이징룸’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축산물 이력관리 시스템이 도입돼 있다. 소비자들은 전용 플랫폼을 통해 자신이 선택한 고기가 언제 어디에서 왔고, 어떤 등급을 받았는지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로봇이 내리는 커피머신, 서빙하는 자율주행 로봇 등을 레귤러식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