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 <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매년 4월 마지막 주는 ‘예방접종주간’이다. 주요 감염병을 퇴치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과 협력해 공동으로 진행하는 행사다. 한국의 어린이 국가예방접종지원 사업은 2014년부터 전면 무료접종(13종)으로 전환했고, 현재 17종으로 늘어났다. 성인을 위한 백신도 2종 있다.
국가가 백신 접종비와 접종 편의성을 제공하더라도 실제 대상자의 접종률이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2017년 기준 생후 3세까지 국가지원 백신 9종의 접종 완료율은 90.4%에 달한다. 일본뇌염 백신을 제외한 8종의 접종률은 95% 이상이다. 미국, 영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 천연두가 없어지고 홍역 환자도 많지 않다 보니 백신 접종의 필요성에 의구심을 품거나 잘못된 정보 등으로 예방접종을 기피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 ‘홍역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에 관한 잘못된 학술 자료를 대중이 오해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예방접종은 자동차의 안전벨트와 같다. 자동차에 타면 안전벨트를 매야 하는 것처럼 필요한 백신을 제때 접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역사회에서 감염병 전파를 차단할 정도로 면역을 키운 사람이 충분히 있어야 외부에서 감염병이 유입되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예방접종률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 보건체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다. ‘자연주의로 키워야 튼튼하다’는 등의 안일한 생각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감염병의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
영유아 예방접종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홍역을 비롯한 일본뇌염, DTaP, 폴리오를 추가 접종해야 한다. 중학교 입학 전에는 백일해와 사람유두종바이러스백신(여아) 접종을 끝내야 한다. 건강한 성인도 직업이나 거주 환경의 변화, 임신, 질병 등의 변화에 따라 필요한 백신을 제때 접종해야 한다.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해온 임신부 인플루엔자 백신접종 사업이 한국에서도 올해 시작된다. 고령자 예방접종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는 지원 백신의 종류를 늘리고 품질 관리와 유통 과정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이상반응을 빨리 감지하고 처치할 수 있는 지원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국민은 보건당국을 믿고 필요한 백신을 제때 접종해 개인과 사회의 안전에 기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