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뛰어드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

입력 2019-05-01 17:23
중국産보다 싸진 보톡스
그래도 짭짤한 돈벌이?


[ 전예진 기자 ]
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 개발 경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 소송이 잠잠해지면서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잇달아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레드오션으로 치닫고 있는 시장에서 출혈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5개 업체 진입

중소 바이오업체 프로톡스는 최근 경기 화성 향남제약단지에 보툴리툼 톡신 공장을 완공했다. 연간 270만 바이알(병)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약 320억원이 투입됐다. 회사 측은 “최신 설비에 100억원을 투자했고, 연간 540만 바이알까지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공장을 재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업체 제테마도 지난 3월 강원 원주에 연간 400만 바이알 규모 보툴리눔 톡신 공장을 완공했다.

이 두 회사는 제품이 개발되기도 전에 공장부터 지었다. 개발과 허가에 2년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생산 설비부터 마련한 것이다. 프로톡스는 올해 말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A제제인 ‘프로톡신’의 비임상 시험을 종료하고 임상시험 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제테마는 A, B, E형 세 가지 균주를 활용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 중인 회사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휴온스는 지난달 수출용으로 개발한 휴톡스를 내수용으로 전환해 리즈톡스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파마리서치바이오는 지난 1월 식약처로부터 ‘리엔톡스’의 임상 1상을,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월 에이티지씨와 공동 개발하는 ‘ATGC-100’의 국내 임상 1·2상 승인을 받았다. 올 하반기에는 수출용 허가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칸젠은 설산(雪山)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발견해 질병관리본부에 등록을 마쳤다. 대부분 업체들이 수출용 제품 허가를 먼저 받은 뒤 내수 시장으로 진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수출 제품의 허가 절차가 간단하다는 점을 이용해 개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국산 제품 간 가격 경쟁 심화

5개 업체가 진입하면서 국내 보툴리눔 톡신 개발사는 9개 업체로 늘게 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생산 규모도 연간 3000만 바이알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이 세계 최대 보툴리눔 톡신 생산 기지로 급부상하는 셈이다. 이미 한국은 전 세계에서 보툴리눔 톡신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 국산 업체 중 선두주자인 메디톡스와 휴젤이 장악했던 시장에 대웅제약과 휴온스가 가세하면서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 시술 비용은 5만~10만원대다. 중국산마저도 한국 제품보다 가격을 낮추지 못해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잇달아 뛰어드는 이유는 여전히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는 1나노g(10억분의 1g) 수준의 균주가 들어간다. 극미량의 균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균주만 확보하면 이를 배양해 계속 생산할 수 있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50% 수준이던 영업이익률이 30%대로 낮아졌지만 사업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성장세도 여전하다. 주름 개선 등 미용 성형시장뿐만 아니라 뇌졸중 후 상지 근육경직, 안검경련, 과민성 방광증, 편두통, 다한증 등 치료 분야로도 적응증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산 제품이 저가 제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명적인 독소인 보툴리눔 톡신 개발과 생산 과정을 관리 감독하는 것도 정부에 남겨진 과제다. 해외에선 미국 엘러간, 프랑스 입센, 독일 멀츠 등 3개 회사만 개발에 성공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유독 한국에서만 9개 업체가 개발 중인 것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균주 출처나 기술 도용 등의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임상 과정과 생산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