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도 '소확행' 열풍…'파킹통장' 뜬다

입력 2019-05-01 15:37
2~3년짜리 적금에 지친 2030
'주차하듯 짧게' 돈 맡겨 인기


[ 정지은 기자 ] 하루만 돈을 맡겨도 연 1.5%가량의 금리를 주는 일명 ‘파킹통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파킹통장은 잠시 주차하듯 짧은 기간 돈을 넣어두고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금리가 연 0.1~0.2%에 불과한 기존 수시입출금식 통장보다 연 1%포인트 이상 금리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작지만 확실한 이익이 보장된다. 재테크에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경기 불확실성에 인기 급증

파킹통장은 최근 새롭게 등장한 상품이 아니다. 2015년 이후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주도적으로 파킹통장을 선보였다. 목돈이 생겼을 때 다음 투자처를 찾거나 용도가 생기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보관하길 원하는 고객층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을 따라잡기 위해 틈새시장을 발굴하고 나선 것이다. 이때만 해도 일부 마니아층은 있었지만 ‘새로운 트렌드’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파킹통장이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증권·부동산 시장이 주춤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불확실해지면서 특정 분야에 목돈을 장기간 묶어두기는 부담스럽다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본격적인 투자처를 정하기 전에 잠시 맡겨둘 만한 용도로 파킹통장이 제격이라는 입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설정금액·기간 따라 혜택도 다양

파킹통장의 대표 주자로는 SC제일은행이 꼽힌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 등이 가세하면서 상품이 다양해졌다. SC제일은행의 ‘마이줌통장’은 2017년 10월 출시 이후 2조원 이상 몰린 인기 파킹통장이다. 통장에 얼마를 넣을지는 고객이 결정한다. 매일 예금의 최종잔액이 고객의 설정금액보다 높으면 설정금액에 연 1.5% 금리를 준다. 설정금액을 초과하는 돈에는 연 1.0% 금리를 적용한다. 일별이자를 합산해 그 다음달 첫 영업일에 원금에 이자를 붙여주는 형태다. 설정금액은 100만원부터 10억원까지 가능하다.

SC제일은행은 최대 6개월까지 예치기간에 따라 연 0.1~1.8% 금리를 제공하는 ‘마이런통장 3호’를 오는 31일까지 특별 판매한다. 마이런통장은 지난해 9월 첫 시리즈 출시 4개월 만에 2조원을 끌어모았다. 한국씨티은행은 예금, 펀드 등 거래실적에 따라 최대 연 1.5% 금리를 제공하는 ‘씨티 자산관리 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하루만 맡겨도 연 1.3%의 금리를 주는 상품도 있다. 수협은행이 지난해 선보인 ‘내가만든통장’은 매일 최종잔액이 고객 설정금액보다 높으면 설정금액에 연 1.3% 금리를 적용한다. 1000만원부터 10억원까지 매월 지정할 수 있다. 광주은행도 지난달 하루만 맡겨도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머니파킹통장’을 내놨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듀얼 K 입출금통장’이라는 이름의 파킹통장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잔액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남길 금액’을 설정하고 한 달간 유지하면 연 1.5% 금리를 준다. 남길 금액은 최대 1억원까지 정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입출금통장 잔액 중 일부 금액을 결제하거나 이체할 수 없도록 잠가두는 ‘세이프박스’라는 기능이 있다. 하루만 맡겨도 연 1.2% 금리를 준다. 최대 1000만원까지 보관 가능하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