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재개된 판문점 투어…북측엔 중국인 관광객들 '우르르'

입력 2019-05-01 14:57
수정 2019-05-01 15:03

“공동경비구역(JSA) 내 지뢰를 제거했고, 남측과 북측 70명의 경비 인력의 무장해제뿐만 아니라 초소에서도 화기와 탄약을 모두 철수시켰습니다.”

1일 오전 판문점 JSA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T2) 앞. 남북 경비대원들이 부동자세로 마주서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날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과 내외신 기자들에게 안내를 하던 JSA 안내대원은 익히 알려진 판문점 경비대원의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그는 방탄헬멧 대신 베레모를 쓰고 있었다. 허리춤에는 권총이 보이지 않았다. 남북 9·19군사합의에 따른 비무장 조치다.

현재 판문점 경계를 맡은 유엔사 경비대대 소속 인원 35명과 북측 인원 35명 모두 비무장 상태다. 션 모로우 유엔군 판문점 경비대대장은 유엔사의 초청으로 이곳을 찾은 7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에게 “긴장감이 감돌던 판문점에는 이제 평화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해 9·19 군사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있다”며 “판문점이 대화와 신뢰 구축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7개월 만에 재개된 판문점 투어에는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경기수원남부경찰서 등 단체관광객 320여 명이 참가했다. 관광객들과 기자단의 최대 관심사는 파란 도보다리였다.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당시 체코, 폴란드, 스위스, 스웨덴)가 임무 수행을 위해 짧은 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습지 위에 건설한 다리다. 지난해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배석자 없이 이곳을 함께 걸으면서 평화의 상징이 됐다.


이날 관람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도보다리는 진입로 포장공사와 교각 안전조치 등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두 정상이 마주 앉았던 테이블 위에는 하늘색 커버가 덮여 있었다. JSA 경비대대 관계자는 “어제부터 공사가 진행돼 완전 개방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북측 판문각쪽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등 수백 명의 북측 방문객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인민군이 이들을 안내했고 중간중간 중국어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들은 남측 관람객들을 향해 환호성을 울리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경비대대 관계자는 “우리는 사전준비를 위해 7개월간 견학을 중지했지만 북측은 그런 것 없이 꾸준히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했다. 북측 경비대원들은 남측 경비대원들처럼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상시근무를 서고 있지는 않았지만, 남측 관광객들과 기자들이 나타나자 판문각 밖으로 나와 카메라로 촬영해 가기도 했다.

이날 남북지역 JSA 자유왕래는 실현되지 못했다. 남북과 유엔사 3자는 JSA 남북지역 자유 왕래와 관련해 JSA 공동근무 및 운용규칙 마련을 위한 협의를 해왔지만 현재 북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협의가 중단된 상태다. 군과 유엔사가 만든 안을 북측에 전달했으나 아직 북측의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JSA의 ‘반쪽’ 개방에 대해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이해 판문점 견학을 희망하는 국민들의 여망, 향후 이루어질 남북간 자유왕래 사전 준비,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3자간 협의 촉진 등을 위해 우선 판문점 남측 지역부터 견학을 재개할 것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판문점 투어의 마지막은 고 장명기 상병 추모비에 대한 묵념이었다. 장 상병은 1984년 소련 민간인을 쫓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북한군과의 교전 과정에서 산화했다. 모로우 경비대대장은 “장명기 상병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한국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수호했다”며 “평화의 길을 가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판문점=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