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MR 뭐가 다르지?

입력 2019-04-30 17:15
스타트업 ABC


[ 김남영 기자 ]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레티널이 선보인 특별한 안경이 관람객(사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증강현실(AR) 스마트글래스였다. 큰 부피, 좁은 시야, 부정확한 색상 표현 등 기존 제품의 결점을 대부분 해결해 호평받았다. 또 다른 한국 스타트업 쓰리아이도 스마트폰 카메라로 360도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기와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다.

최근 자주 등장하는 용어인 VR과 AR. 비슷한 말 같지만 의미가 확연히 다르다. VR은 내가 보고 있는 현실과 무관한 100% 가상의 세계다. 반면 AR은 실제 세계를 기반으로 하되 그 위에 가상의 정보를 얹은 것을 의미한다. 내 방을 배경으로 귀여운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포켓몬고’를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혼합현실(MR)이란 용어를 쓰는 업체도 있다. VR과 AR을 동시에 구현했다는 뜻이다. 내가 서 있는 해변(실제)에 초대형 고래(가상)가 등장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기점으로 VR과 AR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지면 실감나는 영상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B증권은 2020년 국내 VR·AR 시장 규모를 1조원으로 예측했다. 2017년 2000억원의 다섯 배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를 VR·AR 시장의 선봉으로 보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콘텐츠를 한층 더 실감나게 즐기려는 수요가 상당할 것이란 판단이다. 스타트업도 이 분야에 집중돼 있다. K팝, 익스트림 모터스포츠와 관련된 VR 콘텐츠를 제작하는 서틴스플로어가 대표적인 사례다.

부동산도 VR·AR이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로 꼽힌다. 이미 업계에선 ‘프롭테크(proptech: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서비스)’란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VR 기술은 부동산 내부와 외부를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더 이상 집이나 방을 구하기 위해 일일이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집을 미리 보는 것도 가능하다. 스타트업 어반베이스는 평면 설계도면을 기반으로 가상의 모델하우스를 구현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