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공시가격 '껑충'
공시가 오른 주요 단지 보유세
시뮬레이션 해보니…
[ 최진석/양길성 기자 ]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5.02%)와 비슷한 5.24% 상승했다. 서울 지역은 지난해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공시가격도 이를 반영해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으로 서울 지역에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아파트 수도 50% 이상 증가했다. 강남권에선 한 채만 보유해도 보유세가 상한선(50%) 가까이 오르는 곳이 속출할 전망이다.
서울 공시가 14% 상승…12년 만에 최고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시·도별로 봤을 때 서울의 작년 대비 공시가격 상승률이 14.02%로 가장 높았다. 예정가 인상률 14.17%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2007년(28.4%) 이후 12년 만에 최대 오름폭이다.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는 서울의 공동주택 수는 지난해 13만5010가구에서 20만3213가구로 51% 급증했다. 전국적으로는 21만6939가구로 작년보다 54.2% 늘었다.
시세 9억~15억원대 아파트 공시가격이 대폭 뛰었다. 12억~15억원이 평균 17.9%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9억~12억원이 17.4% 15억~30억원이 15.2%씩 상승했다.
지역별 상승률로는 광주(9.77%), 대구(6.56%)가 전국 평균(5.24%)을 웃돈 반면 울산(-10.50%), 경남(-9.69%), 충북(-8.10%), 경북(-6.51%), 부산(-6.11%) 등 10개 시·도는 오히려 공시가격이 1년 전보다 떨어졌다. 시·군·구 단위에서는 과천(23.41%)이 가장 많이 올랐고, 이어 서울 용산(17.98%), 서울 동작(17.93%), 경기 성남 분당(17.84%), 광주 남구(17.77%) 등의 순이었다.
보유세 상한(50%) 인상 속출
올해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 공시가격이 크게 뛰면서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보유세(1주택자, 만 60세 미만, 5년 미만 보유)를 계산한 결과,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84㎡ 보유자는 올해 보유세로 740만원을 내야 한다. 작년(515만원)보다 43.6% 늘었다. 이 주택형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13억1200만원에서 올해 15억7600만원으로 20% 오른다. 용산 등 비강남권 인기 지역도 마찬가지다. 올해 공시가격(16억원)이 전년(12억3300만원) 대비 30% 뛴 한강로2가 ‘용산푸르지오써밋’ 전용 152㎡ 보유세는 466만원에서 678만원으로 45.5% 오른다. 1년 내 인상 가능한 보유세 상한선(50%)과 맞먹는다.
1년 보유세 인상 상한선(50%)까지 오르는 사례도 많았다. ‘삼성동아이파크’ 전용 269㎡ 보유세는 작년 4200만원에서 올해 6098만원으로 1.5배 뛴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소유자는 올해 862만원을 보유세로 낸다. 전년(574만원)에서 상한선만큼 올랐다.
올해 처음 공시가 9억원을 넘긴 단지들은 종부세 대상에 오르면서 보유세가 더 크게 오른다.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용 41㎡ 보유세는 올해 314만원으로 작년(218만원)보다 50% 뛴다. 소유주는 올해부터 종부세 25만3200원을 더 내야 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10억3200만원으로 9억원을 넘겨서다.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114㎡는 공시가격이 8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오르면서 보유세가 220만원에서 311만원으로 47.1% 늘어난다.
커지는 세부담…정부 “완화 방안 추진”
다주택자의 세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2주택 이상)의 종부세 최고세율이 3.2%로 올라서다. 종부세 반영 비율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내년까지 80%에서 90%로 오른다. 정부가 내년 이후에도 ‘공시가 현실화’ 방침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점도 변수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공시가격 현실화를 목표로 했지만, 불균형이 다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현실화는 서민 부담을 고려해서 점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금, 건보료, 복지 수급 변화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 현금 납부 여력이 부족한 납세자가 재산세를 나눠 낼 수 있는 분납 기준을 현재 5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낮추고, 건강보험료도 11월 전까지 제도 개선을 통해 부담 완화 방안을 찾을 방침이다.
최진석/양길성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