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인기 콘텐츠
1년새 1300억 매출 비결
'원소스 멀티유즈'로 수익 극대화
라이선스·기획상품 1159억 벌어
[ 유재혁 기자 ]
새로운 ‘초통령’으로 불릴 만큼 어린이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시즌2가 출판, 뮤지컬, 드라마 등 파생 장르에서도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CJ ENM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시즌2의 사업 실적을 중간 정산한 결과 총매출이 13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시즌2인 23부작 ‘고스트볼X의 탄생’이 투니버스 채널을 통해 방영된 기간(2017년 11월~2019년 1월)을 포함해 지난 3월 말까지 1년여 사이에 올린 매출이다. CJ ENM 관계자는 “지난달 말까지 ‘신비아파트’ 시즌2 관련 매출이 라이선스·기획상품(MD) 1159억원, 뮤지컬·영화 106억원 등 1310억원으로 기록됐다”며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이라고 말했다.
발 빠른 IP 활용으로 수익 극대화
‘신비아파트’는 CJ ENM이 투니버스 채널을 통해 2016년 선보인 국내 최초의 호러 애니메이션이다. 학교와 집 등을 배경으로 도깨비 신비와 어린이들이 힘을 합쳐 귀신의 원한을 풀어주는 이야기로 큰 인기를 모았다. 시즌2는 평균 시청률 4.3%를 기록해 1995년 투니버스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CJ ENM은 시즌2의 인기와 공연, 영상 등 축적된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발 빠르게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원 소스 멀티 유즈’에 나섰다. 출판물 라이선스 사업권을 구입한 서울문화사는 만화책, 《한자귀신》, 여행 서적인 《고스트 탐험대》, 학습만화인 《오싹 과학상식》 등 ‘신비아파트’와 관련한 각종 출판물을 출간해 100만 부 이상 판매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첫선을 보인 뮤지컬은 가족 관객의 큰 지지를 받았다. 올 1월 5일 개막한 겨울방학 공연(총 94회)도 거의 매진되며 누적 관객 수 6만 명을 넘어섰다. 이 뮤지컬은 지난달 광주 공연을 시작으로 제주, 울산, 경기 고양, 부산, 세종 등 전국 투어 중이다.
저예산으로 제작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은 지난해 8월 개봉해 67만 명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애니메이션에서 초등학생이던 주인공을 고등학생으로 바꾼 외전 스토리를 실사화한 웹드라마 ‘기억, 하리’ 시즌1, 2도 잇달아 성공했다. 드라마 포스터 이미지, 배우 프로필 사진과 함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엽서가 담긴 ‘글리터 다이어리’와 극 중 하리가 입었던 ‘바니 하리 후드티’, 강림이 하리에게 선물한 ‘하리 팔찌’ 등 공식 굿즈도 큰 인기를 모았다. 모바일 게임까지 나왔다. 3F팩토리가 개발한 ‘신비아파트 고스트헌터’는 구글플레이·앱스토어 누적 다운로드 270만 건으로 증강현실(AR) 게임의 새로운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긴장·스릴 선사
‘신비아파트’가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 영역으로 확장돼 인기를 얻는 가장 큰 비결로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꼽힌다. 김영욱 CJ ENM 애니메이션 사업부장은 “‘신비아파트’는 스토리텔링으로 순수한 재미를 주는 공포 콘텐츠라는 점에서 시청자에게 참신함을 선사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영유아 대상 애니메이션은 완구와 캐릭터 판매를 목적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디자인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 비해 스토리 구성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신비아파트’는 국내 유일의 공포 애니메이션으로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CJ ENM 관계자는 “일본 공포물의 요괴 캐릭터는 귀엽고 악의가 없지만, 신비아파트의 한을 품은 귀신들은 인간을 공격한다”며 “이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긴장과 스릴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출범 당시 기존 애니메이션의 흥행 코드와 달라 내부에서는 이견이 많았지만 이런 특징이 드라마와 게임 등 콘텐츠 확장성에 큰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CJ ENM은 ‘신비아파트’의 브랜드 가치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고 메가히트 아이템으로 키우는 전략을 세웠다. 평균 2~3년의 제작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작가와 제작진을 2개 팀으로 늘려 매년 새 시즌을 내기로 했다. 국내 애니메이션업계 한 제작자는 “‘신비아파트’ 시리즈는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 중 초대박급”이라며 “시즌2만 해도 이익률이 최소 300% 이상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