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셰어링으로 고객과 소통…지역민들 문화 쉼터 만들겠다"

입력 2019-04-28 17:26
청주에 SJ미술관 지은
안대현 한국케트 사장




[ 김경갑 기자 ] ‘예술에도 삶에도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색깔은 오직 하나다. 그것은 사랑의 색이다.’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이 생전에 남긴 이 말을 젊은 시절 가슴 한편에 품고 살았다. 1975년 학군단(ROTC) 장교로 전역한 뒤 무역회사에 다니면서 미술에 관심을 가졌다. 1984년 직장을 그만두고 쌀 유전체(DNA) 분석 및 화학산업원료 수입 사업(오성켐스)을 하다가 1994년에는 의료 및 과학기기 제조업체인 한국케트를 설립했다.

회사를 운영하며 틈나는 대로 미국 유럽 등에 가서 미술품을 구매했다. 그림에 투자하기보다는 감사와 나눔을 실천한다는 뜻에서다. 집무실을 비롯해 사무실, 회의실, 연구소에 수집한 그림을 걸었다. 그림으로 인해 직원들의 감성 에너지가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게 어렴풋이 느껴졌다. 미술 애호가인 안대현 한국케트 사장(69)의 이야기다.


안 사장은 올해 한국케트 25주년 및 오성켐스 설립 35주년을 맞아 큰 일을 벌였다. 충북 청주시의 준공 허가를 받아 지난달 29일 ‘SJ미술관’(관장 이순정)을 정식 개관했다. 총사업비 30억원을 투입한 미술관은 청주 서원구 죽전리 일대 3300㎡ 부지에 지상 2층, 연면적 330㎡ 규모로 들어섰다.

안 사장은 “전시관과 카페 등으로 구성했다”며 “미술관에 딱 맞게 볕이 들고 환기가 잘 되도록 설계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술관은 지역, 도시, 나아가 국가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공간”이라며 “예술과 인간을 매개하는 쉼과 힐링의 공간으로 꾸밀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안 사장은 개관전으로 그동안 수집한 미술품 400점 가운데 김기창을 비롯해 심정보, 중국의 라이젠 등 국내외 화가 작품 60점을 골라 걸었다. 어려운 시대에도 자신의 예술세계를 꿋꿋하게 지켜온 작가들의 위대한 예술혼을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전시 주제를 ‘시간 속으로’로 잡았다. 좋은 컬렉션이 미술관의 힘이자 브랜드가 되고, 종국에는 미래 세대의 문화적 자긍심이 된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도 담았다.

다음달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국제어린이미술특별전을 마련한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 네팔 미국 등 국내외 초등학생 12명의 그림 30점을 선보인다. 다음달 4일 개막식에는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안수정의 공연도 연다.

정밀기계와 화학 사업을 해온 안 사장이 미술관을 연 이유는 뭘까. 그는 “미술과 경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알찬 기획전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지역민과 문화적 체험을 공유하며 공덕을 쌓고 싶다”고 설명했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문화적인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세상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기존 미술관과 달리 ‘아트 셰어링(예술 공유)’을 지향하며 국내외 작가들이 작업한 그림을 주로 전시할 겁니다.”

그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말이면 그림 전시회를 찾는다”며 “틈틈이 수집 활동을 하면서 미술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영의 가치를 배웠다”고 재차 강조했다. 안 사장은 이번 개관전 도록을 보여주며 다양한 작가의 작품과 수집 이야기를 들려줬다. “심정보 작가의 어머니 초상화는 모성이 느껴져 구입했어요. 김기창 화백의 그림은 40대 시절 인사동 화랑에서 샀습니다. 그림도 아름답지만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의 죽음에 전율과 같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중국과 인도, 유럽 출장 중에 만나 구입한 작가들의 작품은 치열한 예술정신에 반했고요.”

안 사장은 “한국 기업인들도 이제는 문화를 전도하는 최고경영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물질적 허기뿐 아니라 문화적 허기도 채워주는 아트 전략으로 고객에게 다가서야 한다는 게 그의 경영 지론이다. 그는 “사랑의 결정체로서 창의적 에너지가 넘쳐나는 예술이 이제는 일부의 향유물이 아니라 일반 대중의 즐거운 놀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