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바네사 브루노 인터뷰
워킹맘이 만든 세계적 브랜드
20년 기념 팝업스토어 한국에
[ 민지혜 기자 ]
“무심한 듯 멋스러운 옷, 유행을 타지 않지만 세련된 옷을 추구합니다.”
프랑스 여성복 브랜드 ‘바네사브루노’를 만든 바네사 브루노(사진) 디자이너를 지난 25일 서울 신사동 편집숍 ‘라움이스트’에서 만났다. 그는 브랜드 콘셉트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어 “파격적이지는 않지만 지루하지 않고 세련된 옷, 다음 시즌에도 입을 수 있을 정도의 쿨한 옷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1996년 브루노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출시한 이 브랜드는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선 ‘스팽글백’으로 불리는 ‘카바스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브루노가 이번에 방한한 것은 인기 핸드백인 카바스백의 20주년 기념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한국에 열었기 때문이다. 카바스백은 캔버스 소재의 심플한 디자인 위에 두 줄로 스팽글 장식을 달아 포인트를 준 핸드백이다. 1998년 출시 이후 3분에 1개꼴로 팔리는 베스트셀러다. 국내에서도 매년 1만 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바네사브루노는 라움이스트를 시작으로 카바스백 20주년 팝업스토어를 일본 도쿄, 파리 등에 열 예정이다.
카바스백의 인기를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몰랐다”고 했다. 브루노는 “22년 전엔 아기용품을 넣고 일하러 가기도 해야 했던 워킹맘으로서 편하고 실용적인 가방을 만든 것”이라며 “평범한 게 싫어 반짝이는 스팽글을 달았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좋아할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카바스백은 브랜드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대표 상품이다. 브루노는 “성공 비결에 대한 질문을 받지만 사실 매직볼(마법구슬)은 없다”며 “우아하면서 실용적인, 트렌디하지만 유행을 좇지 않는 철학을 유지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브루노는 이어 “만약 대기업의 투자를 받거나 지분을 넘겼다면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할 순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독립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유지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고가의 럭셔리와 초저가로 양분화하는 패션 트렌드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요즘 소비자는 자주 입을 수 있는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도 싫어하고 너무 싼 옷도 꺼린다”며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스타일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타깃 소비자에 대해선 “스스로 어떤 스타일인지 잘 아는 까다로운 취향의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바네사브루노의 카바스백 20주년 팝업스토어는 다음달 16일까지 라움이스트 1층에서 ‘카바스 보야지’라는 주제로 열린다. 다양한 소재, 색상, 사이즈의 카바스백과 함께 여기에 부착할 수 있는 와펜 장식 등도 판매한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