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연의 글로벌 브리핑 (30)
최근의 원화 약세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이유를 따져보면 최근 원유 가격 강세와 4월의 외국인 주주 배당 송금으로 인해 달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는 월평균 930만 배럴, 1년으로 따지면 11억 배럴 정도 된다. 그런데 4월에만 유가가 10% 가까이 상승하면서 10억달러 이상 원유 수입 금액이 늘었다. 3월 원유 수입 금액은 56억달러이고, 4월엔 70억달러 가까이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70억달러보다 훨씬 큰 규모의 달러가 지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 달러를 마련하기 위한 환전수요가 원화를 약세로 만들었다.
4월에 몰려 있는 외국인 배당금 송금도 달러를 강하게 만들었다.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이 높아지면서 외국인들의 배당금 송금 규모도 최근 수년간 매년 10억달러씩 증가하고 있다. 달러를 살 이유가 늘어나니 원화 약세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가는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긴 어렵다. 이유는 미국이 유가 강세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요즘 휘발유 소매 가격은 갤런당 2.93달러로 작년 말의 2.36달러에 비해 크게 올랐다.
한국에서는 기름값이 오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지만, 미국은 그런 환경이 아니다. 유가 상승은 미국 시민들의 지갑을 얇게 만들 수밖에 없다. 민간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유가 상승을 그대로 두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물론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한국 증시에 주는 부정적 영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달러가 완만하게 오르면서 유가를 잡아주고 있다. 강달러는 미국의 수입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해주기도 한다. 한국처럼 원유 수입량이 많고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는 아주 나쁜 일만은 아니다. 시장에 시간을 조금 더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