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도이체·2위 코메르츠방크
"합칠 이득 없다" 최종 결론
감원 우려 노조 반발에 막혀
[ 심은지 기자 ]
독일 1위 은행 도이체방크와 2위 코메르츠방크의 합병이 무산됐다. 노조의 반발 때문이다. 초대형 합병을 통해 ‘독일 은행 챔피언(national banking champion)’을 만들려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포부도 물거품이 됐다.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는 2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두 은행 합병이 구조조정에 따른 추가 비용을 고려하면 충분한 이득이 없다고 결론 내리고 합병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공식 논의에 들어간 두 은행의 합병은 글로벌 금융업계가 주목한 ‘메가딜(대형 거래)’이었다. 작년 말 기준 도이체방크의 자산은 1조5900억달러, 코메르츠방크는 5400억달러다. 두 은행이 합병하면 자산만 2조1000억달러(약 2436조원)가 넘는 초대형 은행이 탄생한다. 이는 ‘유럽 챔피언’인 프랑스 BNP파리바(2조4100억달러)와 견줄 수 있는 규모이자 스페인 산탄데르(1조7200억달러)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이번 거래는 독일에 ‘강력한 은행’을 만들겠다는 독일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독일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독일 산업을 뒷받침하도록 금융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컸다. 당시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갑작스럽게 철수하면서 독일 금융시장의 공백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코메르츠방크 지분 15%를 갖고 있는 독일 연방정부가 합병을 적극 후원했다.
하지만 합병 논의는 노조의 강한 반대를 넘지 못했다. 두 은행 노조는 “합병 시 최소 3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 직원은 총 14만 명에 이른다. 회사 측은 “중복 부문을 없애고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노조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두 회사는 합병과 관계 없이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다. 도이체방크는 저금리 기조와 무리한 투자 탓에 실적이 악화됐고 코메르츠방크도 2009년 부실 자산을 대거 떠안은 뒤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투자은행 영업부문을 축소하고 2020년까지 인력의 30%를 줄이기로 했다. 코메르츠방크는 2020년까지 직원의 20%인 1만 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앞으로 두 은행은 독자적으로 경영 정상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도이체방크는 스위스 투자은행 UBS와 자산운용 부문을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코메르츠방크는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네덜란드 ING은행은 코메르츠방크 합병 시 ING은행이 본사를 기존 암스테르담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의사까지 보이며 비공식적으로 합병 의지를 표현했다”고 전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