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질러 3남매 숨지게 한 비정한 엄마 징역 20년 확정

입력 2019-04-26 16:32
수정 2019-04-27 09:17
대법, 방화로 3남매 살해 엄마 징역 20년
法 "고의방화 인정" 1,2심 징역 20년 확정



어린자녀들 방에 불놓아 사망케한 엄마 징역 20년 확정
'3남매 방화 치사' 20대 엄마 징역 20년 확정


자녀 3남매가 자는 방에 불을 질러 모두 숨지게 한 20대 엄마에게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정모(24)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정씨는 2017년 12월31일 새벽 2시26분께 자신의 집인 광주 북구 두암동 모 아파트에서 15개월 된 딸과 4살·2 살짜리 아들이 자고 있던 방에 불을 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아왔다.



정씨는 술에 만취한 이른바 ‘블랙아웃’ 상태에서 담뱃불을 이불에 끄다 실수로 불이 났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정씨가 고의로 불을 냈다고 봤다.

정씨는 화재 직후 경찰 조사에서 ‘라면을 끓이려고 주방 가스레인지를 켜놓고 잠이 들었다가 불이 났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담뱃불을 이불에 제대로 끄지 않고 잠이 들었는데 불이 났다’, ‘담배꽁초를 털고 이불에 버렸는데 불이 났다’는 등 진술을 계속 바뀌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감정 결과도 정씨의 주장이 거짓임을 뒷받침했다.

감정 결과 불은 남매가 숨진 채가 발견된 작은 방 출입문 쪽에서 났고, 이어 작은 방 대부분을 태웠다.

“불이 나자 구조 요청을 위해 현관문으로 갔는데 불길이 너무 거세 베란다로 가 구조 요청을 했다”는 정씨의 주장과 달리 현관문에서는 불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 정씨의 주장대로 담뱃불로 이불에서 불이 날 수 있는지 화재 재연 실험을 한 결과 이불에 불이 붙지 않았다. 이불에 라이터로 직접 불을 붙여야만 불이 날 수 있었다.

화재 직후 정씨는 불을 곧바로 끄지 않고 수상한 행동을 보였다. 불이 번지는 상황에서 남편, 남자친구와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를 계속해서 주고받았고, ‘미안해’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심지어 물품 사기 피해자에게 자신이 자해하는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정씨는 자녀 양육, 생계비 마련 등으로 인한 생활고로 시달린 데다 자신이 저지른 인터넷 물품대금 사기와 관련해 변제 독촉을 자주 받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SNS나 문자메시지 내용, 범행 정황을 보면 술을 마셨다 하더라도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1·2심은 “화재 현장의 연소 상태를 볼 때 작은 방 출입문 내부 바닥 부분이 주로 소실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불에 불을 고의적으로 붙인 방화”라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블랙아웃상태의 심신미약이 아니라고 인정한 점은 타당하다"며 "판결에 따르면 전 남편이 선처의사를 밝히고 자녀를 잃었다는 점을 감경사유로 봤는데 정작 본인은 반성하지 않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며 이와같은 고의적인 방화에 의해 아직 피지도 못한 3명의 어린 자녀가 극심한 공포와 끔찍한 고통 속에서 사망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사유들을 과연 감경사유로 판단하는 것이 옳았는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살인 사건에서 피해자의 의사는 확인될수 없다는 점에서 제3자 비록 직계존속 의사라 할지라도 '선처를 바란다'는 의사는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